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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던 엄마가 반인반수로... 아들의 선택
2025-01-16 14:24:47
김상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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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의 신화와 전설에는 다양한 형태의 '수인 獸人'이 등장한다. 인간과 다른 동물의 특징을 함께 지닌 이 존재들은 초자연적 권능을 상징하며 다양한 상징과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그 형태와 위상은 다양하지만, 자연의 단면을 표상하거나 반신반인으로 그려지는 게 일반적이다. 초창기 종교의 주류이던 다신교에서 자연현상의 의인화가 아니라면 대개 수인의 형상을 갖추게 마련이기도 했다.

서구에선 기독교 신앙과 함께 '조인'에서 기원한 날개 달린 천사 형상 외엔 '악마'로 간주해 부정적 이미지가 덧입혀졌지만,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등장하는 개 인간처럼 통속문학이나 여행기에선 명맥을 유지했다.

새롭게 수인이 대중문화에서 부활한 건 근대 과학과 함께였다. 인간이 신의 영역인 생명 창조에 개입하면서 프랑켄슈타인 이후 다양한 상상력이 입혀져 수인 캐릭터는 화려하게 부활한다. 물론 신 혹은 자연의 상징에서 인간의 욕망 혹은 선을 넘은 실험의 결과물로 유형은 변화했지만 말이다. 19세기 말에 벌써 등장한 허버트 조지 웰스의 고전 [모로 박사의 섬]을 필두로 '매드 사이언티스트' 혹은 국가적 권력에 의한 금단의 도전은 현대 판타지와 공상과학 장르에서 빠지지 않는 요소가 되었다.

21세기 들어선 너무 쉽게 다양한 대중문화 매체에서 '수인'이 등장하지만, 발전하는 생명공학과 의학기술은 어쩌면 이런 상상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으로 향한다. 만약 현실에 이런 존재가 탄생한다면, 그들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애니멀 킹덤>은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 그런 고민을 던지는 시도다.

사랑하던 가족이 반인반수로 변하는 세상의 풍경 앞에서


근미래의 프랑스. 전 세계적으로 평범한 인간에게서 갑자기 비인간 동물의 특징이 발현되며 '수인'화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중이다. 혼란은 태풍처럼 커져만 간다. 각국 정부의 대응은 상이하지만, 프랑스는 수인이 된 이들을 격리해 보호소에 수용하지만, 비인간적 처우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태다. 사람들은 본인 혹은 가족에게 언제 증상이 나타날지 몰라 전전긍긍한다. 이들에 대한 인도적 대우와 공존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들을 혐오하며 '괴물'로 여기는 부류도 그에 못지않다.

중년의 요리사 '프랑수아'와 16살이 된 아들 '에밀'은 아내이자 엄마 '라나'의 수인화로 인해 생이별한 상태다. 가끔 보호소 면회는 가능하지만, 모든 게 혼란스러운 에밀은 엄마와의 상봉이 썩 내키지 않는다. 수인 보호소는 지역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해 유치에 애를 먹는다. 라나가 수용된 시설도 남쪽 지방으로 이전 예정이라 프랑수아는 아들과 함께 이사를 결정한다. 그러나 에밀은 그저 모든 상황이 답답하고 난감할 따름이다. 프랑수아는 그런 아들을 엄마 몫까지 감당하려 애쓰지만, 에밀은 아빠의 노력에도 시큰둥하기만 하다.

방학이 두 달 남은 상태에서 이사한 고장의 학교로 전학한 에밀은 낯선 환경에 적응하려 애쓴다.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식당 일에 바쁜 아빠와 떨어져 동네에 정을 붙이고자 산책도 다닌다. 하지만 엄마를 포함해 남부 지방 보호소로 옮겨오던 수인들이 교통사고로 대거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프랑수아의 아내 역시 그중 하나다. 부자는 출입이 금지된 숲에 라나를 찾기 위해 거듭 드나들면서 생경하고 위험한 상황에 빠지곤 한다. 엄마의 종적은 찾을 길 없지만, 홀린 듯 숲을 드나들던 에밀은 그곳에 숨어 있는 낯선 존재들과 접촉하게 된다.

에밀은 혼란한 가운데 학교 생활을 이어간다. 새로운 친구들, 그중 전학 첫날 작은 사건으로 연루된 '니나'와 조금씩 친분을 쌓아가지만, 남들에게 말하지 못할 비밀 친구도 생긴다. 프랑수아 역시 금지구역에 아내를 찾기 위해 들락거리는 와중에 지역 경찰 '쥘리아'와 안면을 익혀가게 된다. 두 부자는 주기적으로 숲 수색을 감행하지만, 라나의 행방은 묘연하다. 그런 가운데 동네는 실종 및 탈출한 수인들의 출몰로 뒤숭숭해지고, 경찰 대신에 군대가 투입되기 시작한다. 과연 아버지와 아들은 엄마를 찾을 수 있을까? 수인을 향한 상반된 시선은 어떻게 기울어질까?

판타지는 현실 세계 풍자와 은유를 위한 더없이 좋은 통로


<애니멀 킹덤>에서 가장 먼저 관객의 호기심을 잡아끄는 건 '수인'이란 불가사의한 존재일 테다. 하지만 이미 대중문화 속에서 이런 이형의 존재들은 워낙에 다채롭게 등장한 바 있다. 장르물에서 선호하는 일정한 법칙이나 세계관이 딱히 정교하거나 기존의 수인 캐릭터 설정을 파격적으로 비트는 참신함도 크게 찾아보긴 힘든 편이다. 어떤 내적 합리성이나 과학적 개연성 없이 그저 평범한 인간과 확연히 대비되는 존재로만 강조하는 편이라 기대한 것에 비해 크게 새로울 것 없다는 원성도 나올 법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판타지' 장르를 현실과 동떨어진 독자적 세계로 구현하는 데 초점을 두지 않는다. 우리가 판타지를 대개 답답한 일상과 유리된 일탈로 상정하는 것과 정반대로 영화 속 '수인'으로 인한 사회적 현상은 오늘날 우리가 피부로 체감하는 세계의 혼란, 차별과 혐오 문제를 은유하기 위한 통로로 활용된다. 그런 방향성을 재빨리 감지해야 이야기 전개를 이탈하지 않을 수 있다.

인간은 과학문명 발달과 함께 자신을 본딴 창조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로봇, 인조인간, 사이보그, 안드로이드 같은 다양한 개념은 머릿속 상상에서 하나둘 실제가 되어간다. 인간 형상을 한 기계는 생명체의 동작을 학습하고 인공지능을 탑재해 자율주행에 도전한다. 여러 수요를 만족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하기에 이른다. 복제인간이나 DNA 조작을 통한 '키메라'가 실험실에서 거듭 시도되고 실제로 탄생 중이다. 인간 신체에 기계를 삽입해 현실의 '사이보그'가 등장하고 있다. 기술 발전은 우리 상상을 아득히 초월하는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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