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현직 대통령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체포되고 내란주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이들이 차례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지고 있지만,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과 변호인들의 머릿속에선 여전히 부정선거 망령이 떠나질 않고 있다.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12.3 윤석열 내란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내란 사태 첫 재판으로 큰 관심을 모은 이날 재판정에서 김용현 전 장관 측은 재판부를 향해 "부정선거 의혹을 규명하고 선거 적법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것"이라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서버 및 데이터 관련 증거보전이 필요하다. 증거보전 신청서를 제출한다"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멈추지 않았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변호사들이 수 차례 증거보전 신청을 했는데도 서버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다"면서 "저희들이 과거 서버에 대한 증거보전 신청을 한 뒤 선관위는 8000억 원을 들여서 서버를 교체했다. 이번에도 서버 교체를 실시한다는 내용이 나오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사전 모의하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를 건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당시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수방사 병력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고 계엄 해제 의결 저지를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 등 주요 인사 10여 명을 체포·구금하라고 지시했으며, 중앙선관위 점거와 서버 반출을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그는 지난달 27일 주요 내란 혐의 피의자 중 처음으로 구속 기소됐다.
김용현 측 영상 재생 요구... 재판부 "준비기일에?" 반문
김용현 전 장관은 이날 출석 의무가 없는 공판준비기일임에도 직접 법정에 나왔다. 그는 검은색 터틀넥과 짙은 갈색 계열 정장을 입고 흰색 마스크를 착용했다. 구속 전에 비해 흰머리가 눈에 띌 정도로 늘어난 상태였다. 그의 가족 3명이 방청석에 앉았다.
김 전 장관 측은 재판부에 공소기각을 요청했다. "비상계엄 선포는 오로지 국가 원수이자 국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전속적으로 주어졌다. 대통령의 고유권한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수 없다"면서 내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또 "비상계엄은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아 검사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에 대해 옳다 그르다 판단하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며 "사법부의 독립, 수사기관의 독립 원칙에 어긋나는 문제를 초래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