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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의 순간, 윤석열에겐 이게 가장 충격 아니었을까
2025-01-16 14:55:01
손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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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고비 넘었다. 2024년 12월 3일 기습적으로 계엄을 선포했을 때, 그는 2025년 1월 15일의 자기 모습을 상상이나 했을까? 그가 그렸던 그림은 자신을 반대하던 정치 지도자들이 줄줄이 호송차에 실려 가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언뜻 허술한 것처럼 보였던 계엄 모의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그것이 꽤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한 기획이었다는 점도 밝혀지고 있다. 계엄을 꿈꿨던 이들이 간과했던 사실은 자신이 발 딛고 서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변화였다.

계엄 당일 무장 군인의 장갑차를 맨몸으로 막아선 시민이나, 뛰어난 전투력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한 계엄군, 그리고 윤석열 체포 저지에 항명하거나 바리케이드로 세워둔 차량에 열쇠를 꽂아둔 경호처 직원들의 모습은 그들의 치밀한 계엄 구상에 계산되지 못했다.

상명하복을 떠받드는 군인과 경호원들이 명령의 정당성을 따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가장 충격이 아니었을까? 그만큼 세상은 바뀌었지만, 세상을 보는 그들의 눈은 여전히 독재 시절에 머물러 있다. 권력을 쥔 책임자들이 망쳐 놓은 세상을, 이름 모를 평범한 이들이 구해내고 있다.

피포위 의식에 사로잡힌 극우세력

내란 우두머리의 체포에도 불구하고, 동조 세력이 포기할 리는 만무하다. 이들은 전형적인 피포위 의식(siege mentality)에 사로잡혀 있다. 자신이 적대적인 세력들에게 둘러싸여 있다고 느낄 때 발생하는 피포위 의식은 세계를 단순하게 해석하고 다른 집단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끊임없이 강화하면서 그것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취한다.

이런 심리가 반복되면 이견을 가진 이들을 외부로 추방하는 대신, 내부는 더욱 견고하게 응축해 세상과는 단절된 독특한 세계관을 발전시킨다. 여전히 부정선거가 실재했다고 믿으며, 모든 것이 중국과 북한의 공작에서 기인했다고 믿는 이들에게 윤석열은,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준, 보기 드문 훌륭한 지도자일 뿐이다.

그가 중국 공산당의 사주나 받으며 입법, 사법을 장악한 이들에게 불법적으로 체포된 것은 울분을 토하며 항전해야 할 일이지, '중과부적'을 인정하고 수긍할 일이 아니다. 탄핵 반대 시위의 알바 논란이 등장하고 있지만, 핵심에는 반국가 세력으로부터 조국을 지켜야 한다는 확신범의 강한 신념이 자리 잡고 있다.

물론 민주화된 나라에서는 어느 한구석쯤에 이런 집단이 늘 존재한다. 그러나 오늘 대한민국의 불행은, 이들을 몽상에서 깨우거나 극소수의 특이한 집단으로 남도록 만들어야 할 합리적 보수가 증발해 버렸다는 점이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서 한국의 보수는 최소한 대중의 상식에 근거해 발언했지만, 지금의 (자칭) 보수는 망상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기생해 자기 살길을 도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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