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2025. 2. 4.) 날 이른 아침, 일어나자마자 습관처럼 손 전화 폴더를 열었다.
"한파 경보 발효 중, 특히 노약자는 야외 활동을 자제하시고 보온에 신경 쓰세요. 수도계량기는 헌 옷 등으로 감싸 동파를...
지자체에서 보낸 한파재난방지 문자였다. 잠시 후 한 애독자가 또 문자를 보냈다.
"선생님! 오늘은 올 겨울 들어 가장 춥답니다. 오늘 하루 가능한 바깥 출입은 삼가, 집안에서만 계세요."
그 애독자는 거의 매일 나에게 이런저런 안부 인사와 함께 좋은 노래나 재미있는 동영상을 몇 년째 줄곧 보내주고 있다. 또 잠시 후 서울에 사는 여동생이 전화를 했다.
"오빠! 오늘 꼼짝하지 마시고 집안에서만 계세요. 이런 날 나다니다가 낙상하면 큰일 납니다."
"그래, 잘 알았다. 고맙다!"
폴더를 닫고 곧장 일어나려다가 다시 이불을 뒤집어쓰고 마냥 늦장을 부렸다. 오전 9시 무렵에야 일어나 늦은 아침을 먹은 뒤, 평소처럼 서재 책상 위에 노트북을 펴놓고 오전 내내 노트북 자판을 두들겼다.
점심을 먹은 뒤, 책상에 앉아 차를 마시면서 좌측 치악산과 정면 백운산을 바라보니까 눈발을 뒤집어 쓴 그 산마루가 더 없이 청명하게 나를 유혹했다. 오전에는 짙은 구름 층으로 하늘이 짙게 흐렸는데 오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청명하기 그지없었다. 오전에 하던 일을 그대로 계속 , 노트북 자판을 두들기는데 노인 아이인 내 눈은 자구만 바깥으로만 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