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니 당내 후보 경선이 더 치열해졌다. 경쟁이 치열하면 항상 앙금이 생기기 마련이다.'
지난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우상호 전 의원이 펴낸 <민주당 1999-2024> 책에 등장하는 한 대목이다. 탄핵 인용 후 조기 대선 정국을 지배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 흐름 속에서도 당내 경쟁은 뜨거웠고, 통합의 길도 험난했다는 회고다.
8년 뒤 다시 맞은 탄핵 정국. 조기 대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민주당 내부에선 통합과 포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진원지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임종석 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 등 친문계 좌장 인사들이다.
잠재적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이들 친문 인사들은 민주당 내 '다양한 목소리' 상실에 우려를 표하면서 이재명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나섰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곧바로 대선 후보 경선 국면으로 넘어가는 만큼 민주당 내 대선 주자들이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인 이재명 대표를 상대로 차별화 및 존재감 드러내기에 나선 것이다.
탄핵 정국에서 이재명 견제 나선 친문, 왜?
김경수 전 지사는 "2022년 대선 후 지방선거와 총선 과정에서 치욕스러워하며 당에서 멀어지거나 떠난 사람들이 많다. (중략) 진심으로 사과하고 기꺼이 돌아오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임종석 전 실장은 "(지난 대선에서)이재명 후보가 부족했고 당 전략이 부재했음을 온전히 받아 들여야 비로소 이기는 길이 보일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의 행보를 두고 친명계에서는 내란 세력과 싸워도 부족한 시점에 내부 총질을 한다며 강한 불쾌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이미 대선 정국이 시작된 만큼 당내 입지가 약한 후발 주자들로서는 당연한 정치적 행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지난 박근혜 탄핵 국면 당시를 복기하면, 만일 탄핵이 인용돼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목소리를 낼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친문계 전략통 전직 D의원은 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탄핵이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왜 그런 소리를 하느냐'는 말은 거꾸로 말하면 '너는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면서 "이미 대선은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계파색이 옅은 당내 초선 A의원은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지금 낼 수밖에 없다. 탄핵이 인용된 후에는 (그런 문제를) 따질 겨를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그분들 입장에서는 이번 대선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다는 위기감의 표현이다. 공간을 열어젖히기 위한 몸부림으로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