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밥벌이를 위해 밥을 먹는 시간이다. 단지 먹고 싶어서 먹는 밥이 아니다. 그 밥이 없으면 오늘의 밥도 없다. 밥은 하루치의 힘이다. 하지만 가끔 밥알이 혼자 낄낄거린다. '산다는 게 뭔지' 자조하는 숟가락을 비웃듯 말이다.
그래도 꾸역꾸역 욱여넣는다. 눈물이 국물에 말아진다. 이것이 나만의 감성만은 아닐 게다. 밥을 벌기 위해 아침을 때우는 모든 이의 비애일 것이다. 매달 손에 남는 건 없고 빈 통장만 휑한 현실이 아릴 뿐. 돈으로 환산 못 할 나름의 일상을 자신과 세상 앞에 증명해야 하는 게 삶이자 숙명이다.
그런데 과연 정치권은 서민과 노동자들의 굽은 등을 어루만져주고 있는가. 정녕 그들의 밥을 챙겨주고 있기는 한가. 밥은 정의다. 밥벌이를 해야 세금을 낼 것 아닌가. '법'을 만드는 자들이 국민의 '밥'을 외면한다면 그야말로 직무유기다.
막노동을 하지만 일을 하고 있기에 어쩌면 지금까지 한 밥벌이 가운데 현재가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시기로 느껴진다. 인생으로 치면 꽃으로 만개하는 화양연화(花樣年華)다.
필자가 일하는 건설 현장의 인력(속칭 노가다)은 4000명에 육박한다. 올해 여름이면 7000명쯤 된다니 가히 대규모다. 마치 열섬현상처럼 일자리가 이곳으로 쏠렸다. 전국에서 불나방처럼 모인 사람들이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어둠의 시간 속으로 뚜벅뚜벅 침잠하는 모습은 뜨겁다 못해 뭉클하기까지 하다.
모두 사정이 있을 테고 경제적 상황 또한 다를 것이다. 엄동설한에 야외 현장서 흙먼지 뒤집어쓰고 일하고 싶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출근하기 싫어도 나가야 하고 편한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으니 도망갈 구멍이 없다. 최소한 인생에서 도망자는 되기 싫으니까.
그나마 일할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가. 일하지 않고 밥상 위 젓가락 수만 멍하니 쳐다본들 눈물 밖에 무엇이 있으리. 나도, 그들도 모두 '바보 같은 정치' 탓을 안 할 수 없다. 진짜로 일자리 씨가 말랐다. 그런데 악성 기저질환을 그들만 모른다. 아니 알면서도 자기 밥그릇만 걱정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