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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 박히고, 장기 훼손... 달려가는 의사가 용기내는 법
2025-02-25 16:28:48
송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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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전남 무안국제공항서 항공기 사고가 났을 때, 뉴스를 보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불에 타 형체가 사라진 비행기 잔해와 사람들의 침통한 표정이 담긴 사진만 봐도 슬픔과 공포가 밀려왔기 때문이다.

재난 현장을 마주하는 건, 간접 경험만으로도 종종 정신적 트라우마를 남긴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 자체가 끔찍한 데다, 재난이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음을 직면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안전한 세상에 대한 믿음마저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늘 재난 현장에서 일을 하는 이들을 존경해 왔다.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는 재난 현장으로 달려가는 의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몸에 흉기가 박힌 채 실려 오거나, 각종 사고로 장기가 심하게 훼손되거나, 목숨이 위태로운 이들이 실려 오는 곳. 매일 트라우마를 남길법한 사건을 접하는 외상센터는 드라마에서도 현실에서도 의료인들이 기피하는 곳 중 하나다. 그런데 드라마의 강혁(주지훈)과 그의 팀 재원(추영우)과 장미(하영)는 이 현장에 헌신한다. 이들은 어떻게 이런 일을 계속할 수 있었을까? 그 이유를 탐구해 보았다.

생명의 나약함을 수용하다


국제평화의사회 소속으로 재난 현장에서 중증 환자를 돌봐온 실력자 강혁이 한국대병원 외상외과 교수로 부임한다. 강혁은 항문외과였으나 외상외과로 전과한 재원, 5년간 외상센터를 지켜온 간호사 장미와 함께 위급한 환자들을 돌본다.

그러나 모든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 3회와 8회에는 재난 현장이 나온다. 터널 안에서 차들이 추돌하고 버스가 고가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대형 사고가 났을 때(3회), 그리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 이들은 현장으로 달려간다(8회). 이때 이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사망자와 살 가능성이 있는 이들을 분류하는 것이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생과 사를 가르는 일은 무척 괴로운 일이었을 테다.

응급실에 실려 온 이들 중에도 아무리 노력해도 살릴 수 없는 이들이 있고, 목숨은 건지지만 식물인간 상태가 되어버리는 이들도 있다. 이럴 때마다 외상센터팀은 삶의 유한성과 인간의 나약함에 직면했을 것이다.

어쩌다 일어나는 죽음 앞에서도 마음이 울렁이기 마련인데, 일상적으로 생과 사를 오가는 이들을 만나는 중증외상센터 팀. 나는 이들이 생명의 나약함을 직면하고 수용할 수 있었기에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아니 모든 생명은 태어나는 순간 죽음을 향해가고, 그 과정에서 아프고 다칠 수 있음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이를 수용하는 것은 자신의 죽음 역시 인정하는 것이기에 무척 두려운 일이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 사실을 외면한 채, 마치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재난이나 질병, 죽음을 피해 갈 수 있는 것처럼 살아간다. 다만, 중중외상센터 팀처럼 죽음 가까이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를 거부할 수가 없다. 삶의 진실과 매일 같이 마주하면서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강혁은 어린 시절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잃는다. 당시 이곳저곳 병원을 옮기다 사망한 아버지를 떠나보내면서 그는 삶의 유한함과 생명의 나약함을 정면으로 마주했을 것이다. 그리고 애도하는 과정을 통해 이를 수용해 냈을 것이다. 실제로도 많은 이들이 가까운 이의 죽음이나 자신의 질병을 마주하고서야 삶의 유한함을 받아들인다. 강혁은 이를 어린 시절 겪어냈고 그래서 더 헌신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의미 추구와 의미 발견


아무리 나약한 인간의 운명을 수용했다 해도 매번 감당해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생명을 살리려는 노력을 응원해 주지 않는 환경은 더 회의감을 들게 할 것이다.

헬기가 뜨지 않아 살릴 수 있었던 환자가 식물인간이 됐던 날(6회). 재원은 "우리만 죽자 살자 애쓰면 뭐 해요. 남들은 다 포기하는데"라며 항변한다. 재원은 깊은 회의감에 괴로워한다. 그때 강혁은 재원에게 아버지를 잃은 사연을 들려주며 "개 같이 구르고 엿같이 깨져도 절대 변하지 않을 너만의 이유"를 찾으라고 조언한다. 장미도 그를 불러내 "해야 되니까.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어서 하는 것이라고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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