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 직후 당장이라도 광장으로 달려갈 것 같던 윤석열이 며칠째 침묵하고 있다. 구치소에서 풀려나자 만면에 미소를 짓고 주먹을 불끈 쥐며 개선장군 행세를 하던 윤석열이 그새 마음을 고쳐먹고 자숙이라도 하는 것인가. 절대 그럴리가 없는 위인이라는 걸 모르는 국민은 거의 없다. 평소 성정대로라면 지금이라도 극렬 지지층 집회에 나가 마이크를 들고 장광설을 늘어놓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당초 외부활동을 검토했다 주변의 만류로 포기했다지 않나.
윤석열은 마치 대통령에 복귀한 것처럼 행동했다. 직무정지 상태인데 국가공무원 신분인 대통령실 참모들을 관저에 대거 불러들이더니 "대통령실이 흔들림없이 국정의 중심을 잘잡아주기 바란다"고 했다. 탄핵소추 이전과 한치도 다르지 않은 발언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를 불러서 "당을 잘 운영해줘서 고맙다"고 한 것도 거리두기는 엄두도 내지 말라는 경고다. 아직도 내가 대통령이니 딴 생각하지 말라고 단도리를 한 셈이다.
그러던 그가 몸을 사리는 척 하는 건 헌재 탄핵 선고라는 대사를 앞두고 있어서다. 자신이 유리할 땐 기고만장하다가 어려운 국면에선 약자 코스프레를 해왔던 모습은 익히 봐온 바다. 자칫 역풍이 불까봐 잠시 주춤하고 있을 뿐이다. 겉으로는 '로키 행보'를 이어가는 듯 보이지만 뒤에선 참모들에게 보고받고 깨알같이 지시하고, 격노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