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휴, 80대 후반 어머니가 갑작스러운 토혈로 병원에 입원하셨다. 각종 검사와 문진이 이어졌고 그때마다 보호자가 동행해야 했다. 어머니 상태는 위중했으나, 침대가 없어서 일반 병실로 갔다가 오후 8시가 넘어 중환자실로 옮기게 되었다.
문제는 연휴가 끼어서 간병인을 구할 수가 없다는 점.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에 연관된 간병인 센터가 7개나 되는데, 단 한 곳도 현재 일할 간병인이 없다고 했다. 환자를 간호하는 사람은 가족일 수밖에 없었다.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기게 되었는데 그곳에는 80대 후반 할머니 세 분과 30대로 보이는 여성이 입원해 있었다. 침대 주변은 모두 커튼으로 가려져 내부가 보이지 않았지만 나이 든 며느리나 아들, 딸이 보호자였다. 간헐적으로 가래를 뱉고 몸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목소리가 옆 침대에서 계속 들려왔다.
나이 든 자식이 백발 성성한 부모 케어... 돌봄의 현주소
밤 늦게 화장실에 갔다가 수액을 주렁주렁 매달고 흰머리가 정리 안 된 할머니가 힘없이 워커에 의지해 들어오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뒤를 따라 백발이 성성한 아들이 어머니를 화장실로 모셔놓고,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수선한 백발 머리를 아무렇게나 나부끼고 있던 어머니와 반백의 구부정한 등을 보이는 아들. 나이 든 아들이 그보다 더 나이 든 어머니를 수발해야만 하는 현실. 바로 노노(老老) 케어의 현장이 성큼 현실로 다가오는 느낌을 받았다.
등이 구부정한 늙은 아들이 화장실 앞에 서서 노모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지친 모습은 이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의 노인 돌봄에 대한 현주소였다.
올해 88세가 되신 어머니는 걷는 게 힘드시다. 휠체어를 탄 노인을 모시고 병원 진료를 다니는 일은 쉽지 않았다. 가족 중 누군가가 병원에 입원하면 제일 큰 문제가 간병이다. 환자가 움직이는 것이 힘들면, 24시간 간병인이 옆에 붙어있어야 한다.
가족이 다 직장에 다니면 전문 간병인을 두어야 하는데, 문제는 금액이다. 간병인 협회에서 책정한 간병비는 환자 상태에 따라 12만~15만 원을 부르고 있고 환자가 중증이거나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는 웃돈을 주기도 한다고 들었다.
지난 설 연휴 알아본 간병비는 하루 15만 원에 세끼 밥, 또는 15만 원과 한 끼를 원하는 정도였다. 그런데도 연휴 탓에 사람 구하기가 힘들었다. 보통 7일~ 10일 정도 간병인을 쓴다면 105만 원에서 15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
가족 중 시간이 자유로운 사람이 있다면 병간호를 대신하기도 한다. 어머니가 입원한 병실을 봐도 다들 딸, 아들이 병간호를 대신하고 있었다.
다만 따로 사람을 써야 한다면 보통은 자식이 비용과 시간에 관한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한다. 만약 부모를 돌봐야 하는 자식이 은퇴했거나, 은퇴 직전이라면 간병비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내 주변을 봐도 요양 시설에 가 계시는 부모님을 제외하곤 대부분 자식이 부모 돌봄을 감당하고 있다. 친구 부모님의 평균 나이는 80세 후반에서 90세를 넘기고 있다. 아는 선생님은 퇴직 이후부터 3년째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는데 혹시라도 넘어져 뼈가 부러질까 봐 외출을 비롯한 모든 활동이 어렵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