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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가장 비싼 그림...캔버스에 가득한 점들은
2025-03-15 20:28:41
문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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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작품은 국내 작가 중 가장 비싸게 거래된 김환기의 '우주'로 2019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132억 원에 낙찰되었다. 바로 전 해 그의 '빨간 점화'가 85억 원에 낙찰되어 최고가를 기록했었는데 일 년 만에 자신의 기록을 갈아치운 셈이다. 경매 시장에선 김환기의 라이벌은 김환기밖에 없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우주는 두폭화로 254*127 크기의 그림이 두 개가 붙어있는 작품이다. 이 그림을 보고 있자면 일단 크기에 압도되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두 개의 블랙홀에 빠져들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밤하늘의 무수한 별 같은 이 그림에 각각의 점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의 작품엔 파란색이 많고 그의 파랑을 특정해 '환기블루'라고 하는데 왜 그는 유독 파란 색을 많이 썼을까?

내가 미술 강연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국내 화가 역시 김환기다. 그는 추상미술을 국내에 들여온 1세대 추상화가로 가장 한국적이면서 가장 세계적인 작가로 평가받는데, 나는 그의 작품도 작품이지만, 그의 아내 김향안에게도 깊이 감동한다. 두 사람 관계는 내게 사랑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보여주는 것 같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환기 미술관이 있다. 2024년 2월 1일부터 리뉴얼에 들어갔던 환기 미술관은 12월6일 새 단장을 마치고 <영원한 것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존재한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2025년 7월 7일까지).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그의 생애를 따라가 보자.

김환기(1913~1974)는 눈부시게 푸른 하늘과 하얀 손수건을 담그면 파란 물이 들 것 같은 바다가 넘실대는 신안군 기좌도(현재 안좌도)에서 태어났다. 늘 파란색을 보고 자랐기에 그에 대한 남다른 감각이 DNA에 새겨졌고, 그러니 파란색이 들어간 그림을 많이 그렸을 것이다. 섬에서 육지로 가는 배를 바라보던 소년의 마음에 새겨진 파랑에 꿈과 동경이 더해져 그만의 서정미 물씬 풍기는 '환기블루'가 탄생했다.

천석지기 집안에 금수저로 태어난 그는 화가가 되기 위해 1933년, 일본 니혼대학 미술부에 입학한다. 화가가 되려면 일본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에 당선돼야 했는데, 일제 강점기였던 당시로써는 한국인이 당선되기 쉽지 않았다.

3학년에 비로소 참가 자격을 얻은 그는 '종달새 노래할 때'라는 작품을 내고 당당히 입선, 화가의 길에 들어선다(아쉽게도 그 그림은 도판만 있을 뿐 실제 그림은 남아있지 않다).


이 작품은 그가 25살에 그린 '론도'인데, 국내 추상미술 1호로 지정되어 국가 등록 문화재로 기재된 작품이다. 론도란 '같은 주제가 반복되어 나오는 것'을 뜻하는 음악 용어로 첼로 같기도 하고 사람의 형상 같기도 한 형체가 반복되어 그려졌다.

음악을 좋아했던 그는 늘 음악을 켜 놓고 작업하곤 했는데, 어느 날 어린 두 딸이(5살과 두 살) 작업실에 들어와 축음기에서 나오는 론도 음악에 따라 고개를 흔들며 리듬을 탔다. 사랑스러운 그 모습을 모티브로 '론도'가 그려졌다.

1942년, 부친이 사망하자 그는 아내에게 한 살림을 떼어주고 이혼했다. 그때 관습에 따라 집안에서 미리 정한 여자와 일찍이 결혼했었지만, 여러 가지로 맞지 않았다. 부친의 유산을 정리하던 그는 소작민들의 빚문서를 발견하고 아무런 조건 없이 당사자들에게 모두 되돌려 줘버렸다.

부잣집 도련님의 세상 물정 모르는 판단이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어렵게 사는 소작민들에 대한 연민도 있었지만, 유산에 의지하지 않고 자기 힘으로 벌어서 살고 싶어서였다.

김향안과 김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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