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구에서 실종된 박□□씨(여, 59세)를 찾습니다. 159cm, 48kg, 마스크 착용, 목욕 바구니 들고 있음.
(*해당 내용은 치매 당사자와 보호자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실종 글을 각색한 내용입니다.)
지난 2024년 11월 한 치매 당사자와 보호자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1964년생 어머니가 실종되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의 어머니는 초로기 치매 당사자였다. 작성자는 '어머니가 젊으셔서 치매 당사자로 보이지 않는다'며 애타는 마음을 표했다.
원인과 관계없이 만 65세 이전에 발병하는 치매를 '초로기 치매'라고 한다. 2023년 기준, 초로기 치매 환자는 약 7만 7000여 명에 달한다. 중앙치매센터 통계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초로기 치매 당사자는 전체 치매 당사자의 평균 7.5%를 차지했다. 특히 2020년까지 초로기 치매 당사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치매는 흔히 노인성 질환으로 인식돼, 초로기 치매 당사자를 위한 사회·경제적 지원은 미흡한 실정이다. 취재팀과 만난 초로기 치매 당사자와 그 가족들은 한목소리로 사회 활동을 위한 공간과 기회의 부재를 호소했다.
우리는 '초로기 치매' 당사자입니다
"10년 전, 40대 친한 언니의 치매 진단 소식이 저의 이야기가 될 줄 몰랐어요."
충청남도 서천군에 살고 있는 54세 김혜숙(가명)씨는 지난 2024년 11월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았다. 10여 년 전 지인이 40대에 치매 진단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그것이 혜숙씨의 일이 될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혜숙씨가 이상을 느낀 것은 3년 전부터였다. 친척의 결혼식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지인에게 인사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다시 인사를 하고, 직접 옮겨 걸어둔 옷을 보고 누가 옮겨둔 것인지 묻기도 했다. 불안했던 혜숙씨는 결국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 혜숙씨에게 건넨 것은 노인성 치매 검사에 쓰이는 간단한 질문지였다. 결과를 확인한 의사는 갱년기 우울증일 뿐 치매가 아니라며 진료비도 받지 않고 혜숙 씨를 두 차례 돌려보냈다. "제가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드렸죠, 당사자분이 너무 걱정하셔서 그래요. 갱년기 우울증일 뿐입니다."
혜숙씨는 기억력이 좋아진다고 알려진 것이라면 무엇이든 했다. 왼손으로 성경을 필사하고, 스도쿠 게임도 했다. 몇 시간씩 '뒤로 걷기 운동'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혜숙씨의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군산의 한 병원을 찾았다.
정확한 진단을 받을 것이란 기대와 달리, 다른 병원에서도 간단한 질문지가 검사의 전부였다. 혜숙씨는 인터뷰에서 "그 정도 수준의 질문지는 경도인지장애를 진단받은 지금도 쉽게 풀 수 있다. 의사들도 노인성 치매에 익숙해서인지 정밀한 검사를 권유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결국 증상이 발현되고 3년 뒤,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서 혜숙씨는 초로기 치매를 진단받았다. 경도인지장애를 동반한 알츠하이머병이었다.
외국에 사는 혜숙씨의 딸 국도윤(28)씨는 어머니가 진단을 받은 후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 도윤씨는 "3년 만에 진단받은 어머니는 빠른 편이다. 많은 초로기 치매 당사자가 치매일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다"며 의사도 진단을 내리지 못 하는 경우가 많아 골든 타임을 놓친다는 점을 지적했다.
"바라는 점이요? 비슷한 초로기 치매 당사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