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면 1] 지난 19일 오후 5시 30분경,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첫 순회 경선이 끝난 충북 청주실내체육관. 2위를 한 김동연 후보가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데 이재명 후보 선거운동 유니폼을 입은 한 청년이 슬쩍 다가와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김 후보는 흔쾌히 응했고, 청년은 환하게 웃으며 김 후보와 나란히 셀카를 찍었다. 주변에 있던 한 당원이 "난 다음에는 김동연 밀 거야"라고 외쳤다.
[# 장면 2] 세 번째 순회 경선을 앞둔 지난 24일 오후 전남 장성 황룡시장을 방문한 김동연 후보. 이 시장에서 오랫동안 장사했다는 한 상인이 "장성까지 온 대선후보는 처음"이라며 김 후보의 방문을 특별히 반겼다. 시장 내 상인들은 전날(23일) 오마이TV를 통해 방송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를 화제로 삼았다. 고구마말랭이를 파는 한 상인은 "토론을 봤는데, 경제 전문가로만 알았던 김 후보가 토론도 잘해 놀랐다"며 "좋은 대선후보가 민주당에서 나와서 좋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김 후보에게 사진 촬영을 요청했고, "김동연"을 연호하며 따뜻한 환호와 응원을 보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김동연 후보는 끝까지 완주하며 2위의 성적을 거뒀다. 특히 호남권 경선에서는 7.41%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했고, 수도권 등 전체 경선 과정에서도 꾸준히 2위 자리를 지켰다. 이재명 후보의 압도적 1위(89.77%) 속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강민석 김동연캠프 대변인은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이재명 후보가 빠진 민주당은 뚜렷한 차기 대선주자가 안 보이는 상황"이라며 "김동연 후보는 이번 경선에서 당원들에게 각인시킨 스펙과 존재감으로 정치적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남겼다"고 말했다.
김동연 후보가 '어대명'(어차피 대선후보는 이재명) 경선에서 결국 2위에 그쳤지만, 경제 전문성과 중도 확장성, 통합형 리더십 이미지를 바탕으로 차기 대선주자로서 잠재력을 일정 부분 부각했다는 점에서 이른바 '남는 장사'였다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를 자제해 '명낙대전'(이재명·이낙연 대전) 재현을 피한 점도 향후 정치 행보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울어진 운동장... 정권교체 대의 위해 정치적 불이익 감내"
김동연 후보는 경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대선후보를 권리당원 투표 5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로 선출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기존에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선출했던 완전국민경선(오픈프라이머리) 방식이 후보 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됐다며 "민주당의 원칙과 전통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맹비판했다. 당 선관위가 제시한 역선택 우려 등은 경선 룰을 바꾸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는 주장이었다.
김동연 후보 측은 또 경선 절차와 방송토론 횟수, 투표 방식, 여론조사 업체 등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일방적으로 설계됐다고 주장했다. 방송토론 횟수가 적고, 후보 측과의 협의 없이 결정됐으며, 경선의 공정성과 다양성이 훼손됐다는 것이다.
김동연 후보는 캠프 차원의 공식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 당 선관위에 대한 문제 제기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일각에서는 김 후보가 경선 룰에 대한 반발로 후보 사퇴까지 고려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김 후보는 "농부가 밭을 탓하겠느냐"면서 결국 당 선관위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김동연캠프의 한 관계자는 "이번 경선 룰은 최악의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이런 숱한 문제를 모두 감내하며 경선에 계속 참여한 것은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정치적 불이익을 감내한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김동연 후보가 '경선 지킴이' 역할을 해냈다. 만약 김 후보가 불참했다면, 경선이 엉망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