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남편의 지방 발령으로 의도치 않게 주말부부가 되었다. 그 시점부터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의 귀가 시간이 점점 늦어졌다. 한참 에너지 발산이 필요한 시기라지만 늦은 시간까지 밖에서 놀고 들어오는 아들을 보면서 걱정과 불안이 엄습해 왔다.
"아들, 일주일에 2번은 엄마랑 놀아줘."
아들 핑계로 시작한 배드민턴 "내가 너는 이긴다"
무턱대고 아들에게 같이 운동을 하자고 졸랐다. 한참 친구가 좋은 나이, 싫다고 하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수월하게 같이 운동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매주 화요일, 목요일 아들과 배드민턴 레슨을 받았다.
호기롭게 잘해보자고 했지만, 어색하고 낯선 공간에서 태연하게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 쿵쾅거리는 마음이 들키지 않도록 아들 손을 꼭 잡고 체육관 문을 열었다. 문을 여는 순간부터 후회가 밀려왔다. 괜히 운동하자고 해서... 불편한 마음을 감수해야 할 시간이 커다란 벽처럼 느껴졌다.
아들 핑계로 시작한 배드민턴 레슨은 체력과 인내 뿐만 아니라, 혼자여도 괜찮다는 강한 의지도 필요했다. 레슨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아들과 배드민턴 셔틀콕을 주고받으며 살짝 몸풀기를 시작했다. 운동을 좋아하고 습득력이 빠른 아들은 날아오는 공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허공에 라켓만 휘휘 젓고 있는 나와의 난타(공을 주고 받는 것)를 좋아하지 않았다.
"엄마, 나 그만할래, 재미없어"
급기야 아들은 배드민턴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억지로 운동을 시키는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면 총무에게 다가가 아들이랑 난타 좀 쳐달라고 부탁했다. 나와는 심드렁하게 공을 주고받던 아들이 활짝 웃는 얼굴로 배드민턴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순간 알 수 없는 의지가 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