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되자 회사에서는 서서히 휴가 계획을 받기 시작한다. 이번 우리 팀의 인력 조정으로 회사에서는 벌써부터 여름휴가 계획을 묻는다. 휴가라니, 올해도 또 오는구나. 모든 직장인의 꿈이자 일년에 한 번 받는 공식적인 방학 앞에서 나는 어쩐지 또 망설이고야 만다.
"이 차장은 어디 안 가?"라고 묻는 직장 동료의 말에 꾸욱하고 침을 삼키며 잠시 생각하는 척을 했지만, 아무래도 생각나는 곳이 없다. 올해도 역시나 구체적으로 가고 싶은 곳은 없다. 여름휴가로 받는 5일에 주말 휴일을 모두 붙인 긴 여행을 떠올리기만 해도 벌써 마음이 피곤해진다.
떠나면 불안하고 집에서는 안도
바야흐로 여행 예찬의 시대다. 내가 살아온 20~30대에는 청춘이라면 알바를 열심히 해서 배낭여행을 떠나고, 퇴사 후에는 퇴직금을 들고 멋지게 갭이어를 다녀와야 했다. 미디어는 여행을 낭만과 도전의 아이콘으로 그렸고, 그렇게 긴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여행이 주는 낯선 경험과 기회들로 한층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돌아온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