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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민전의 전사로 불리던 시인 김남주, 그의 삶과 문학 세계
2025-05-06 15:42:47
김용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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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민전의 전사'로 불리던 시인!

흔히 김남주를 이렇게 지칭했고, 또 그가 남긴 시들을 보면서 그러한 평가를 수긍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된 이후 남과 북으로 갈린 한반도에서'남조선'이라는 단어는 매우 불온하게 여겨지는 단어였다. 더욱이 권력의 의도에 따라 가혹한 국가 폭력이 자행되던 독재정권 시절, 그는 이른바 '남민전'으로 약칭되는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의 조직원으로 가입하여 활동하다가 10년 동안의 옥고를 치루기도 했다. 이 책은 시인 김남주의 일생을 재구하여 평전 형식으로 구성한 결과물이라고 하겠는데, 저자는 '김남주가 비밀조직에 가담한 것은 그의 일생에서 단 한 번 돌출된 최대의 모험'이라고 규정한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님민전의 전사'라는 호칭을 원했으며, 오히려 '시인이라는 표현은 혁명가에 대한 모독이자 통한의 생에 대한 누명'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그동안 김남주의 시는 냉혹한 현실에 맞선 저항으로서 평가를 받았지만, 저자는 그의 작품들이 '삶의 위대한 여정을 이끈 정신적 유산으로 재평가되고 연구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삶과 문학 세계를 재구하여 평전으로 출간하는 저자의 작업 역시 이러한 일환으로 시도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김남주의 삶을 누구보다 가깝게 지켜봤지만, 저자가 이 책을 완결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너무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처음에는 '아무 자료를 참고하지 않고도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하였다. 하지만 '막상 쓰려고 보니 내가 제대로 아는 게 한 가지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때론 막막한 느낌이 들었음을 토로하고 있다. 실상 기록을 남긴다는 것이 다 그렇듯이, 특히 누군가의 삶을 재구성하는 평전은 단순히 자료의 나열이나 글쓴이의 주관적인 느낌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는 작업이다.

여러 해 전에 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들과 해남 일대로 문학 답사를 갔다가, 김남주의 생가에 들렀던 경험이 있다. 옛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농가에는 김남주가 생전에 사용했을 법한 가구와 책들, 그리고 마당에 '노래'라는 시 작품이 음각된 커다란 시비가 놓여있었다. 대학 시절 사람들과 더불어 목놓아 부르던 노래의 가사이기도 했기에, 당시에도 시비에 각인된 그 작품을 보면서 까마득한 옛 기억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그렇게 노래 가사로 만났던 김남주의 시는 당시 당국에 의해 '볼온하다'는 판정으로 출판금지가 되어 쉽게 구할 수가 없었다. 다만 누군가 손으로 적은 공책이나 혹은 시집 원본을 여러 번에 걸쳐 복사해 이미 희미해진 활자로만 접할 수가 있었다. 그 이후 간혹 여러 시인들의 작품이 함께 수록된 시집을 통해서만 읽을 수 있었지만, 출판금지가 풀리면서 그의 시집을 대했던 때의 느낌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남민전의 전사'이자 부조리한 현실을 매섭게 질타했던 시인으로서 김남주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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