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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사적지 표지석에 조각가 이름 빠진 이유
2025-05-06 19:37:52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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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찬연히 빛나는 5·18민주화운동이 시작된 곳이다. 80년 5월 18일 오전 10시 교문 앞에 모여든 학생들이, 학교 출입을 막는 계엄군에 항의하면서 첫 충돌이 일어났다. 5·18항쟁의 신호탄이었다. 발걸음을 돌린 학생들은 광주역과 금남로로 나아가 시위를 벌였다.'

전남대학교 정문에 세워진 5·18사적지 표지석에 새겨진 글이다. 전남대학교는 5·18항쟁이 시작된 곳으로, 5·18사적지 제1호로 지정돼 있다.

1980년 5월 민주주의를 향한 피맺힌 절규를 토해낸 광주는 곳곳이 사적지로 지정돼 있다. 사적 1호 전남대학교를 비롯 광주시민과 계엄군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던 광주역 광장이 사적 2호, 항쟁이 전남 곳곳으로 확산되는 통로가 된 시외버스공용터미널 옛터가 사적 3호로 지정됐다. 광주시민이 계엄군에 맞서 날마다 격렬하게 저항한 항쟁의 거리 금남로가 사적 4호다.


사적지 표지석을 유심히 살펴본다. 타원형의 표지석에 사적지 위치와 내용, 번호 등이 국문과 영문으로 새겨져 있다. 디자인도 의미심장하다. 하지만 표지석에 담긴 의미 설명도, 조각가의 이름도 찾을 수 없다. 표지석은 언제, 누가, 어떤 의미를 담아서 디자인했을까?

그래서 수소문해 만났다. 사적지 표지석을 디자인한 주인공은 조각가 김왕현(71)이다. 김 작가는 2021년 나주 동신대학교 조형예술학과 교수에서 정년퇴직하고, 지금은 전라남도 나주시 산포면 등정리에서 '김왕현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조각작가협회 이사장도 지냈다.

"제 이름 새기는 건 미안한 일... 오롯이 그분들 빛나야"


"조각작품에 제 이름을 새긴다는 게 미안했습니다. 민주화를 위해 싸우고, 목숨까지 바친 분들을 기리는 기념물인데… 오롯이 그분들이 빛나고, 오월이 조명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거기에 제 이름을 새기는 건, 나를 홍보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요."

김 작가가 표지석에 이름을 따로 새기지 않은 이유다. 김 작가는 1980년 당시 평택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다. 광주상황에 대한 정보가 통제된 탓에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를 전혀 몰랐다고 했다.

사적지 표지석에 담긴 의미도 궁금했다. 표지석을 네모나 동그라미 형태가 아닌, 타원형으로 만든 이유는 뭘까?

"주변 건축물을 한번 보십시오. 모든 도시가 매한가지인데, 건축물이 직선과 직면으로 돼 있습니다. 여기에다 직선이나 직면의 표지석을 세우면 건축물에 묻히기 십상입니다. 도시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고, 시각적인 효과를 높이려고 타원형으로 만들었어요. 잘 어울리지 않나요?"

김 작가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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