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사태 이후 광장에서 응원봉을 들고 '윤석열 탄핵·파면'을 외쳤던 청소년, 대학생, 청년들이 모여 '다시 만들 세계'를 위해 토론했다. 경남청년유니온이 6일 오후 경상남도교육청 교육연수원 홍익관에서 "우리가 직접 말하는 사회대개혁"을 내걸고 청소년·대학생·청년 원탁토론을 벌인 것이다.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가 있기까지 창원광장에서 48번 '탄핵-파면 집회'가 열렸고, 이때 응원봉을 들고 나왔던 젊은이들이 다시 모여 목소리를 모았다.
창원광장 집회 때 사회를 맡았던 김인애 경남청년유니온 위원장을 비롯한 회원들이 원탁토론 성사를 위해 지역 곳곳을 누볐다. 김 위원장은 산청 간디고, 경상국립대, 국립창원대, 경남대 등 대학 동아리,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전교조 경남지부 등 38개 찾아다녔다.
한 자리에 모인 청소년·대학생·청년들은 민주주의, 기후위기, 성평등과 인권, 표현의 자유, 대한민국의 국제관계, 한반도 분단과 전쟁위기, 역사왜곡, 청년정책, 교육, 지방소멸과 인구소멸, 언론, 성소수자와 인권, 노동의 13가지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흩어진 응원봉이 너무 아쉬웠다"
토론에 앞서 열린 행사에서 김인애 위원장은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응원봉 하나 가격이 5만, 6만원 한다. 조그마한 흠집이 나면 안되니까 집에서는 엄마 아빠도 만지지 못하게 한다. 그런데 계엄에 그 응원봉을 들고 나온 것이다"라며 "또 깃발을 스스로 만들어 거리에 나오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젊은이들은 당시 공통된 감정이 있었다. 멀리 했던 정치가 내 일상을 파괴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공포와 두려움을 느꼈다. 그런데 정치는 싫지만 누군가는 정치를 하고 있다. 이게 멀쩡한 상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무엇이라도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에 거리로 나왔던 것이다."
"집회 때 사회를 봤다. 이번 집회에서는 참가자들이 별로 의견을 주지 않고 그저 참여하는 정도였다면 이번에는 완전히 달랐다. 사회를 보다가 잠시 무대에 내려와 있으면, 사람들이 다가와서 여러 가지 요구를 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틀어 달라거나 어떤 내용의 구호를 외쳐달라고 했다. 참가자들과 소통하면서 집회를 했던 것 같고, 그런 응원봉의 힘이 모이면 세상을 뒤집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김 위원장은 "파면 이후 일상으로 돌아가는가 싶었지만 내란 세력은 여전히 존재한다. 파면 광장에서 만났던 여러 친구들이 한 말이 있다. 학교나 직장으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답답한 뉴스가 나오는 중에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할 사람이 없다 보니 입을 다물게 되었다고 하더라"라며 "그런 속에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렇게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원탁토론을 준비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흩어진 응원봉이 너무 아쉬웠다. 깨어 있는 시민의 힘이 조직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동아리를 비롯해 지역 36개 단체와 접촉했다. 단체 보다 응원봉 개인과 소통하는 일이 더 힘들었다. 응원봉이 케이(K)-민주주의를 이끌었다고 하지만 파면 이후 사라졌다. 그래서 공론의 장을 만들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