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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관식 때문에 죽다 살아난 '김관식'입니다
2025-05-06 11:31:55
김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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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한 화제의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구다>를 아시는지. 나는 극 중 '양관식'(박보검 분) 때문에 유명세를 톡톡히 타고 있다. 이름이 같기 때문이다. 50년 가까이 '관식'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나는 실은 최대한 <폭싹 속았수다>를 안 보려 미뤘고, '문희'라는 이름을 가진 아내는 2007년 방영한 MBC 드라마 <문희>를 외면해 왔었다.


뭐랄까, 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데, 마치 나와 똑같은 복장을 갖춘 사람과 함께 한 공간에 머무는 어색한 기분이랄까. 그래서 드라마를 보지 않으려 했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서로가 주인공(?)인 드라마를 애써 외면했다.

하지만 나는 아내 몰래 <문희>를 봤고, 오랜 시간 아내를 놀려댔다. 아내는 틈틈이 나보다 먼저 <폭싹 속았수다>를 끝냈고, 어느 순간부터 눈 뜨면 하는 말이 '거기 관식이는 이렇게 해줬는데, 여기 관식이는 왜 그러냐?'며 '애순이의 신랑과 문희의 신랑은 비교 불가다'라며 애정 섞인 투정을 부려본다.

놀리는 친구들... 어디서든 유독 크게 들렸던 그 이름, 관식

그러다 그 드라마를 벼르고 벼르다, 마침내 주말에 몰아 보고는 마침표를 찍게 된 계기가 있었다. 누군가 버스에서 외치듯 한 이 말 때문이었다.

"누구? 관식이? 관식이 정도면 금상첨화지. 관식이 반만 따라가 봐라."

하루 종일 뭐 하나 뜻대로 되는 게 없던 어느 날, 어김없이 퇴근 시간이 금세 다가왔다. 가방을 둘러매고 버스정류장가지 터벅터벅 걸어가다 버스에 몸을 실었다. 마침, 앞자리가 하나 났길래 자리에 털썩 주저앉듯 앉아 가방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눈을 조용히 감았다. 그날은 이상하게 평소처럼 귀에 이어폰을 꽂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내 뒤에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내 이름이 들렸다. 처음엔 꿈인 줄 알았다. 동시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순간, 나를 부르는 건가 싶어서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봤는데, 그 두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둘 다 '뭐지?' 하는 그 어색한 표정. 부부로 보이는 이들이 서로 나눴던 대화였던 것.


어쩌면 그 두 사람은 눈치채지 않았을까? 내가 고개를 돌려 갑자기 자신들을 돌와봤던 이유를. 내가 자기들이 주고 받았던 그 이름, '관식이'라는 희대의 모범 남편과 이름이 같았기 때문이라는 걸. 아, 차라리 티 내지 말고 못 들은 척 할 걸. 그 30분이 왜 이리 길게 느껴지던지.

애순이 남편, 양관식. 나와 성만 다른 그 양반으로부터 촉발된 사태였다. 나 말고 다른 관식이, <폭싹 속았수다>의 관식은 내게 그런 존재였다. 그 뒤로도 지하철과 버스만 타면 유독 그 이름만 크게 들렸다. '관식' '관식' '관식'... 하도 자주 들려서, '이러다 양관식이 때문에 김관식이가 다 죽게 생겼네' 생각했었다. 나와 친한 한 친구는 나만 보면 '우리 관식이, 폭싹 삭았수다'라며 제목을 비틀어 나를 놀려댔다.

그날 바로 <폭싹 속았수다>를 다 보려고 넷플릭스에 접속했다. 아, 결국 드라마를 끝까지 시청한 후 내가 느낀 관식은, 감히 내가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훌륭한 이름이었다. 예민하게 피해 다녀야 할 이름은커녕 화목한 가정을 어떻게 꾸려야 하는지 알려준 자랑스럽고 배워야 할 이름이었다.

드라마에 빠져들수록 금쪽같은 대사가 많아 눈에 띄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메모해서 내 개인 SNS에 올리기도 하고, 메모 창으로 컴퓨터 바탕화면에 띄워두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발상의 전환'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내 소개에 '빵 터진' 관객들... 이렇게 고마울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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