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해 논란이다. 사실 4월 29일 대법원이 선고 예고할 때만 해도 파기환송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지 9일 만의 선고이기 때문에 2심을 확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10:2로 의견이 갈리며 파기환송 되었다. 그런데 유죄의견을 낸 대법관 10명이 윤석열 정부 때 임명됐고 나머지는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것으로 알려지며 정치 재판 아니냐는 논란으로 확대됐다. 이번 대법원의 파기환송에 대해 들어보고자 지난 5일 최영승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최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5.1. 사태, 사법부의 헌법상 정치적 중립의무에 정면 배치"
- 지난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공직선거법 소송에서 대법원이 2심 판결을 파기환송 했는데 어떻게 보세요?
"대법원 하면 지금까지 국민들은 최후의 법의 보루로서 믿고 또 믿고 싶었죠. 하지만 법적 안정성을 중시하는 대법원이 지금 대놓고 절차적 정당성을 저버리면서까지 막가는 행동을 했죠.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행한 일련의 재판 진행 과정을 보면 어떻게든 대선에 적극 개입하여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후보를 유죄로 만들어 떨어뜨리려는 저의가 엿보여요."
- 어떤 부분이 그런가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면 적어도 전원합의체답게 최소 몇 차례 기일 열어서 신중하게 심리해야 해요. 이 사건은 1심과 2심 판단이 극명하게 엇갈린 사건이고 이재명 후보가 유력 대선 주자잖아요. 그래서 국민적 관심사가 굉장하거든요. 그런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올렸다면 국민들은 적어도 신중하게 재판하려나 보다 선의로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결과론적으로 보면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후보를 유죄로 만들어 떨어뜨리려는 저의가 있다고 보는 거죠."
- 만약 상고기각 했다면 문제없나요?
"소부에 회부된 날 즉시 전원합의체 회부를 했잖아요. 그리고 2차례 심리 후 그다음에 선고했어요. 2심대로 무죄를 유지했다면 일면 그게 이해가 갈 법도 해요. 그런데 이것은 1심과 2심이 극명하게 서로 판단이 엇갈리는 사건에서 2심을 대법원에서 순간적으로 완전히 뒤집은 것이잖아요. 이것은 누가 봐도 이해할 수가 없죠."
- 가장 큰 문제는 전원합의체로 회부하고 9일 만에 선고한 거잖아요. 문제 삼는 측은 9일 만에 사건기록 6만 페이지를 어떻게 다 읽느냐는 거고 문제없다는 측은 3월 28일 이후 대법관들이 볼 시간 충분하다는 것 같은데.
"우선 대법원 상고심 일자별 과정을 한번 짚어보면요. 3월 28일 대법원 접수, 4월 10일 검찰 상고이유서 제출, 4월 22일 대법원 소부 배당, 당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전원합의체에 회부했죠. 그리고 그날 즉시 1회 심리를 진행, 4월 24일 2회 심리 진행 후 5월 1일 선고했어요. 그러니까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6만 페이지를 다 봤다고 주장한다면 공식적으로 볼 수 있었던 날은 아마도 전원합의체 회부 이후부터가 아닌가 해요. 그날부터 선고 전일까지 8일인데 그 사이에 6만 페이지를 다 봤다고요?
2016년 박시환 전 대법관이 대법원 상고사건 처리에 대해 쓴 논문에는 대법원 재판이 재판연구관과 주심 의견에 따라 진행된다는 취지로 말하고 있어요. 심리기일에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 상고이유서, 답변서를 대법관 전원에게 배부해서 주심 대법관이 요약 보고 하면 다른 대법관들은 비로소 사건의 내용을 파악한다고 해요. 그래서 사전에 다른 대법관들이 기록을 다 본다는 건 있을 수 없어요. 또 대개 전원합의체 사건에서 1건당 1시간을 넘기기 어렵다고 하고 있어요. 현실에 비추어 보면 6만 페이지는 도무지 말이 맞지 않아요."
- 그럼 절차상 문제는 없나요?
"전원합의체 사건이라면 대법관들이 기록을 다 보는 게 맞죠. 그런데 이번에 이런 6만 페이지 기록을 다 보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그 속사정이 까발려지고 있어요. 저는 이미 논문을 통해 아닐 것임을 확인했고요. 논문 대로라면 그 대단하게 보이는 전원합의체가 속 빈 강정과 같은 느낌이 들어요. 1, 2심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2심을 완전히 번복한 사건을 만약 자신들 주장과 달리 기록을 보지 않고 단 9일 만에 파기환송했다면 판결의 정당성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요."
- 대법원이 판결 보충 의견에서 선고를 빨리한 이유를 밝혔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판결 보충 의견에서 2000년 당시 미국 대선에서 플로리다주의 재검표 관련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결정한 재검표 결정을 연방대법원이 3~4일 만에 중단시켜 혼란을 종식했다는 내용을 말하는 것인데요. 오래된 외국 판례를 이 사건에 끌어들이는 건 적절치 않아요. 미국의 경우 이미 투표가 끝나고 당선을 확정 짓지 못한 상태의 혼란을 종식하기 위한 긴급한 결정이 필요했던 반면 이번 사건은 아직 후보로 활동하는 단계로 긴급성도 없으며 선출직 공무담임권 자체를 가로막는 정치 개입 행위라는 면에서 다르다고 봐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