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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어릴 때 뭐 받았어?" 여전히 선명한 그날의 선물
2025-05-06 17:40:18
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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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잠자리에서 아이가 물었다.

"엄마는 어린이날 선물로 뭘 받았어?"

초등학교 3학년인 딸 아이가 어린이날을 앞두고 받고 싶은 선물을 고르느라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던 때였다. 아이의 질문에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내가 어릴 적에는 어떤 선물을 받았더라. 서운할 정도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난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린이날에 선물 받은 기억이 없네. 엄마 어릴 적에는 엄마랑 큰이모, 작은이모, 외삼촌까지, 집에 아이가 넷이나 있었잖아. 누구 한 명에게만 줄 수 없고 선물을 주려면 네 명 모두를 챙겨야 하니까. 외할머니가 어린이날마다 아이들 선물을 챙기기는 어려웠을 거야."

내 말에 아이는 잠자코 수긍했고 이런 질문을 덧붙였다.

"그럼 어디에 놀러 갔어? 여행 갔어?"
"응, 외할머니 집이 어린이 대공원 근처잖아. 엄마는 어릴 때 어린이 대공원을 자주 갔어. 옛날엔 야외 수영장이 있어서 여름엔 수영장으로 쓰이고 겨울엔 스케이트장이 되었거든. 거길 많이 갔지."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기억의 서랍장을 열어보는 사이 어린이날 선물을 받지 못 해 서운했던 기억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 서랍 속에는 엄마 아빠와 같이 봄이면 꽃구경하러, 여름에는 수영하러, 겨울엔 스케이트 타러 다녔던 기억이 빼곡했다. 선물을 받고 기뻐했던 기억은 드물지만, 부모님과 함께라서 아쉬움도 없었다. 내 곁에 있어 줘서 충분한 시간, 그것이 나의 엄마 아빠가 내게 준 값진 선물임을 이제야 깨닫는다.

네 남매가 자라는 집이라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다는 걸 일찍부터 눈치채고 있었지만, 사춘기 전까지는 가족들 속에서 즐거운 시간으로 나의 유년은 풍요로웠다. 아이가 건넨 뜻밖의 질문이 중요한 걸 알려주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물질보다는 시간, 누군가 내게 내어준 시간의 밀도라는 걸.

중요한 건 선물이 아닌, 함께 보낸 시간의 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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