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하단 말이 어울리는 영화가 있다. 영화예술이 이룩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경지, 보는 이의 마음에 파고들어 가치관이며 세계관, 삶 전체를 뒤흔들어 내는 작품이 세상엔 있는 것이다. 인생 영화라 불리는 작품들, 누군가에게 일생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영화가 꼭 그렇다.
한 해에도 수천 편의 영화가 쏟아지지만, 이와 같은 영예를 얻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우연히 어느 한둘의 마음에 가닿은 수준을 넘어 그를 본 이들이 입을 모아 찬사를 쏟아내는 작품, 그런 작품만이 걸작이란 칭호를 얻는다.
수년을 통틀어 몇 편 볼까 말까 한 걸작 중 하나가 <글래디에이터>라는 데 반대할 이는 얼마 되지 않을 테다. 거장이라 불리우는 리들리 스콧, 그의 긴 필모그래피 가운데 단연 손꼽히는 작품이 바로 이 영화다. 가히 이 영화를 만나기 위해 연기를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러셀 크로우가 제 정점이 될 연기를 펼쳤고, 훗날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 반열에 오르는 호아킨 피닉스 또한 영화역사에 길이 남을 배역을 연기했다. 이를 통해 영화는 반세기 전 스탠리 큐브릭의 <스파르타쿠스>가 이룩한 성취를 뛰어넘는 걸출한 작품이 됐다.
굳이 속편을 만들었어야 했나
<글래디에이터>가 2000년 작이니 나온 지 24년이 지났다. 현명하고 의로운 장수 막시무스(러셀 크로우 분)는 로마의 마지막 성군이라 해도 좋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죽음 뒤 노예로 전락한다. 선제가 적자인 자신이 아닌 한낮 장수에게 권력을 주기로 하자 왕자 코모두스(호아킨 피닉스 분)가 분노를 느낀 것이다. 노예가 된 막시무스는 검투장에 끌려와 매일 살아남기 위한 싸움을 벌인다. 잔인하고 옹졸한 황제와 민중의 영웅으로 떠오른 검투사 사이에 빚어지는 갈등, 나아가 제게 주어진 참담한 운명에 불굴의 의지로 맞서는 막시무스의 모습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한다.
막시무스의 장렬한 죽음으로 더없이 온전하게 끝마쳐진 영화다. 영화가 거둔 세계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속편에 대한 논의가 나오지 않은 건 그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막시무스와 코모두스가 죽었고, 로마의 검투 경기는 금지되고 검투사들은 자유를 얻었으므로. 여기에 무슨 말을 더 한들 사족으로 비칠 밖에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스콧은 제게 가장 큰 영예였던 이 작품을 그저 단편으로 놓아두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상업영화 감독 중 한 명인 그는 또 다른 대표작 <에이리언> 세계관을 구축하려다 크게 낭패를 보았을 때처럼 <글래디에이터> 또한 내버려두지 못했다. 막시무스도 코모두스도 없는 가운데 속편을 준비했고, 마침내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 글래디에이터 2 >의 막을 올려버렸다.
이야기는 막시무스가 죽고 20여 년이 흐른 뒤의 로마다. 로마는 쌍둥이 황제 게타(조셉 퀸 분)와 카라칼라(프레드 헤킨저 분)가 지배하고 있다. 정복 전쟁에 열을 올리는 이들 황제의 야욕으로 로마는 거듭된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군단이 매번 개선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딱히 필요치도 않은 땅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것이 로마에 득이 되지는 않는다. 그 반감이 언제고 로마를 상대로 폭발할 것이란 걸 생각할 줄 아는 이는 누구나 우려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