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크
오마이뉴스
평생 콤플렉스였던 목소리, 한번 들어보실래요?
2024-11-15 16:19:43
이서홍
  •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
  • 카카오톡으로 공유하기
  • 트위터로 공유하기
  • url 보내기

지난 10월, 우리 가족은 인천에 위치한 드림파크에 다녀왔다. 드림파크는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를 생태 공원으로 조성한 인천의 대표 녹지 공간이다.

지금처럼 바람이 차갑지 않았던 때라, 장시간 외출이 힘든 외할아버지도 함께 드림파크를 찾았다. 오랜만에 자연을 마주한 할아버지는 어딘가 모르게 자유로워 보였다.

우리가 이곳에 방문한 이유는 사실 따로 있었다. 바로 유튜브 콘텐츠를 촬영하기 위해서였다. 가을을 맞이하여 이번 영상 주제를 '나들이'로 정했기 때문이다.

느지막한 오후쯤 드림파크에 도착한 우리는 1시간가량 자연을 만끽했다. 아직 개화되지 않은 꽃이 많아서 아쉬움이 남았지만, 오랜만에 가족이 함께하는 나들이라는 점에서 소중한 시간이었음은 분명했다.

가족들이 한참 자연의 공기를 맡고 있을 때, 나는 휴대전화로 할머니를 촬영하느라 바빴다. 유튜브를 시작하고 나서 느낀 것인데, 일단 모든 상황을 영상으로 남겨야 한다. 그래야 더 풍성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이제 야외 촬영이 어색하지 않은 듯했다. 우리가 함께한 첫 야외 촬영은 집 앞이었다.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는 영상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할머니는 몇 안 되는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셨다.

그 후로도 몇 번의 짧은 야외 촬영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넓은 공간에서도 자연스럽게 카메라 앞에 서는 할머니가 대단하게만 느껴진다.

위기를 기회로


즐겁게 촬영을 마친 뒤, 나는 편집을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영상에 소리가 녹음되지 않은 것이다.

나는 촬영용 마이크를 휴대전화에 연결하여 사용하는데, 영상을 천천히 확인해 보니 마이크의 전원이 꺼져 있는 것이 보였다. 하필 드림파크에 들어선 시점부터 마이크의 전원이 꺼진 탓에, 이후로 할머니의 목소리는 물론 그 어떤 소리도 녹음이 되지 않은 것이다.

나는 몹시 당황스러웠다. 영상에 소리가 나지 않는다니. 그렇다고 재촬영하기에는 무리가 있던 터라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할지 수없이 고민했다.

그러던 중 문득 '내레이션'이 떠올랐다. 요즘 유튜브 콘텐츠를 보다 보면 영상에 목소리를 따로 녹음하여 업로드하는 방식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니 우리도 할머니가 직접 내레이션을 한다면 오히려 영상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도 같았다.

하지만 할머니는 나의 이야기를 듣고는 선뜻 "그러자"라고 말씀하지 못하셨다. 할머니의 평생 콤플렉스가 바로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전체 내용보기
주요뉴스
0포인트가 적립되었습니다.
로그인하시면
뉴스조회시 포인트를 얻을수 있습니다.
로그인하시겠습니까?
로그인하기 그냥볼래요
맨 위로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