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함께 국회의 새해 예산안 심의가 한창이다. 예산안은 정부가 한 회계연도에 국가 활동에 수반되는 수입과 지출의 계획(예산)을 편성하여 국회의 심의·확정을 받기 위해 제출하는 의안을 말한다. 이렇게 제출된 예산안은 국회의 각 상임위원회 예비 심사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종합심사를 거쳐 본회의 의결로 확정된다.
우리 헌법은 국가 예산안의 편성·제출권을 정부에 전속하게 한 반면, 심의·확정권은 국회에 전속시킴으로써 예산은 오직 국회의 심의·의결에 의하여만 확정되도록 규정하고 있다(헌법 제54조). 여기서는 통일부의 2025년도 예산안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새롭게 필요한 사업들을 제안하려 한다.
노골적인 남북관계 포기 선언
통일부 예산은 말 그대로 기형적이다. 2025년도 통일부 예산안은 총 1조 554억 원 규모로, 일반회계 2,293억 원, 남북협력기금 8,261억 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회계 중 인건비와 기본경비를 제외한 사업비는 1,676억 원으로, 이중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예산이 808억 원으로 전체 사업비의 약 48%를 차지하고 있다.
북한 인권 관련 예산 또한 전체 사업비의 약 13%인 211억 원이 책정되어 있다. 분야별로 보면, 북한인권개선 기반구축에 182억 원, 전시납북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에 15억 원, 이산가족 및 납북피해자 지원에 15억 원 등이다. 여기에 북한 인권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국내외 통일기반조성 사업, 북한 인권 관련 정보 수집과 연구사업을 포함하면 그 액수는 더 늘어난다.
그렇다면 남북관계 관련 예산은 어떨까? 통일부가 책정한 사업비 중 남북관계 관련 예산은 전체 68억 원으로 이마저도 남북관계관리단의 시설 관리 예산 56억 원을 제외하면 12억 원에 불과하다. 전체 일반회계 사업비의 1%도 안 되는 예산이다. 말 그대로 남북관계 회복은 고사하고 관리조차 할 생각이 없다는 노골적인 남북관계 포기 선언이 아닌가?
우리 법률에서 통일부 장관은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정부조직법 제31조).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통일부는 북한인권부, 북한이탈주민지원부가 된 지 오래다. 본업에 관심이 없다 보니 북한이탈주민지원과 북한 인권 관련 사업에 예산을 집중하며 무엇이 주 업무인지 불명확한 행정 부처가 되어버렸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2024 통일인식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63.9%가 정부의 대북정책 목표로 "남북평화공존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꼽았다. 윤석열 정부가 얼마나 국민의 인식과 동떨어져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