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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노동, '흐려진 경계와 흔들리는 삶'
2024-11-24 15:47:22
김홍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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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 목적은 … 일의 형태가 변화하면서 새로운 불안정성이 어떻게 그 모습을 드러내는지, 그리고 불안정노동자를 둘러싼 제도적 노력이 어느 부분에서 실패하는지, 무엇보다 불안정노동과 사회정책을 내가 어떻게 연구하며, 무엇을 배웠는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책, 14~15쪽)

<보이지 않는 노동>을 쓴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가 스스로 밝힌 책을 펴낸 목적이다. '4차 산업혁명' 소리가 어느새 잦아들었을 정도로 우리 사회는 급격히 변하고 있다. 하루가 다를 정도로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된다. 관련 산업, 노동, 소비는 물론 관계가 급변한다.

변화가 주는 부정적 영향을 분석하고 적절한 대책을 제도로 만들지 못하는 '지체' 현상이 사회 곳곳에서 나타난다. 제도 마련은 고사하고 변화 과정을 설명하는 일조차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내가 속해 있는 교육계를 포함해 사회 전반에서 새로운 기술의 긍정적 효과를 홍보하고 적용 방법을 고민하기 바쁘다.

선거철 '주요 고객'인 청년을 중심으로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언론은 '낙관'을 퍼뜨린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불안정노동자'에 관심을 두는 연구자가 있다는 것 자체가 반가운 일이다. 더구나 자신이 속한 계급적 위치와 연구 대상의 틈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는 학자가 있다는 점은 매우 다행스럽다.

'쓰러지는', 그러나 '쉴 수 없는' 노동자들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됐다. 1부 '격랑의 노동현장, 준비되지 않은 사회'는 급변하는 한국에서 드러나지 않는 불안정노동자들의 일터를 포착한다. 2부 '노동자가 쓰러진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는 불안정노동이 일하는 사람들의 삶 속에 어떤 어둠을 만드는지와 허술한 사회 안전망을 보여준다. 3부 '청년노동, 누가 무엇을 말하는가?'는 청년 불안정노동자들의 삶과 청년 세대 양극화를 다룬다. 4부 '경계에서의 고민'은 불안정노동 연구자로서 고뇌와 성찰을 담았다.

"우리는 삶을 걸고 일하는 노동자들의 존재를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어떤 노동이 우리의 편의를 위해 희생하고 있는지, 그 실체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야 한다." (책, 41쪽)

OECD 평균보다 200시간 더 일하는 사회, 삶의 기본 요소인 교육, 돌봄, 주거 등을 보장하지 않는 사회, 고객 만족을 앞세워 2군 발암물질인 밤샘 노동을 아무렇지 않게 사회, 기술 발달이 노동자의 휴식을 늘리기보다 더 많이 일하게 하는 사회. 책에 드러난 한국 사회의 모습이다. 이런 곳에서 최소한 '내가 누구 덕에 이렇게 편하게 살고 있는지'는 드러내자는 글쓴이의 말은 슬프기까지하다.

작년 한 대학생이 집회를 연 청소노동자들을 고소했던 사건이 떠올랐다. 그는 자신이 사용하는 학교 곳곳에 떨어진 청소노동자들의 땀 덕분에 깨끗한 삶을 살았음을 인지하지 못 했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그에게 청소노동자들이 흘린 땀의 소중함을 알려주지 않았다. 이것은 한국 사회의 실패와 교육의 허점을 아프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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