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들에게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에 지난 21일 강경한 반대 목소리를 낸 대기업 총수들을 가리켜 윤태준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 연구소장이 내놓은 비유다.
앞서 자신을 비롯한 소액주주들을 "친기업세력"이라고 표현했던 그였다. 기업 지배구조가 빚어낸 '코리아디스카운트'로 주가가 연일 저평가의 늪에 빠져도, 소액투자자들은 특정 기업이 "좋아서" 투자하고 있다며 소액투자자들을 '팬'에 빗댔다. 그런데도 윤 소장은 기업 총수들은 투자자들을 여전히 "자신들에 딴지 거는 놈"쯤으로 여기고 있다며 '팬을 막대하는 연예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는가 하면 기업 총수들을 향해 역질문까지 건넸다.
"회사가, 회사를 좋아해주는 주주들을 어떻게 기분 좋게 해줄지 생각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요?"
회사는 왜 주주 편에 서지 않나
액트는 자본시장 내에서 소액주주들에 불리한 결정이 내려졌을 때 주주를 결집해 주주총회를 통해 대응하는 행동주의 플랫폼이다. 금융투자소득세를 둘러싼 논쟁으로 정치권이 뜨거웠을 때 소액주주들의 입장을 대변해 '도입 반대'를 주장했고, 이후 정치권의 시선이 '증시 밸류업'으로 이어지자 주주들의 입지 확대를 위한 상법 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충실의무 확대'를 담은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한 건 투자자들이 모회사 핵심 사업부의 성장성을 믿고 투자했는데, 회사가 이 사업부를 떼어 증시에 재상장하면서 기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등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눈물을 지켜봤던 윤 소장 역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소액투자자들의 열망, 달라진 사회적 시선을 등에 엎고 앞장서 현장으로 달려가곤 했다.
지난 21일 삼성·SK·LG 등 16개 대기업 사장단의 '상법 개정 반대 성명'에 거친 비판보다 "슬펐다"는 평가를 내놓은 건 그래서다. 소액주주들의 인식 변화에도 기업집단 사장단의 인식 수준이 "마치 어린 시절, 외환위기 당시에나 볼 법한 이야기였다"는 것이다.
윤 소장은 24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에 상법 개정을 요구하는 주주들의 요구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논란 당시 수준"이라며 "상법 개정에 반대하는 사장단에 대한 성토도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윤 소장은 상법 개정에 따른 '경영권 침탈' 우려에 "경영진이 이미 많은 지분을 가진 대기업을 상대로 사모펀드가 '경영권 공격'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반박했다. '소송 남발' 우려에도 "소액주주들이 대기업에 변호사비로 몇십억 원을 써야하는 소송을 진행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재계 기자회견이 이뤄졌던 21일, 효력이 발생한 두산 에너빌리티의 분할합병 관련 증권신고서 내용을 언급하며 "충실의무가 있었다면 합병이 처음부터 추진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자는 것과 경제 상황을 극복하자는 이야기는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라며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일으키는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인해 기업 가치가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사람 몸에 비유하면, 앞으로는 피가 돌아야 할 곳에 피가 돌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윤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재계 "상법 개정 반대" 외친 당일, 두산 밥캣의 '분할'이 승인됐다
- 재계가 반대성명을 낸 다음날 오전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어떤 마음으로 국회를 찾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