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군 청산면 산계리 일대에 자리잡은 산계뜰. 2002년 옥천 최대의 유기농 벼 생산단지를 조성 하고 2008년부터 옥천의 학교와 어린이집·유치원 등 급식에 친환경 쌀을 유통해온 영농조합법인이다. 경축순환농업을 추구하며 20여 년 가까이 옥천 친환경 농업의 중심을 지켜온 이곳은 한때 58ha, 103농가에 이를 만큼 큰 규모에 연간 생산량 350톤을 자랑했다.
이제는 세월이 흘러 그때만큼의 규모는 아니라지만, 여전히 청산면에서 친환경 농업을 꿋꿋이 지켜나가는 13농가가 남아있다. 옥천군친환경농업협회 회장이자 산계뜰영농조합 대표, 농민으로서도 논 1만4000평과 밭 2000평에 유기농업을 하고 있는 이선우씨를 만났다.
30년 벼농사 인생 중 처음 경험한 기후
30여 년간 벼농사를 지어온 이선우씨에게도 올 여름은 기가 찼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폭염과 폭우는 농민으로서도 낯선 경험이었다. 피해 정도가 심하지는 않았지만 수확철 갑작스러운 벼멸구의 등장 역시 기후 변화를 보여주는 증거였다.
"벼멸구는 본래 아열대·열대 해충이라 월동을 못하거든요. 해외에서 유입된 게 아니라 벼멸구가 겨울에 월동을 하고 성충이 됐던 걸로 보입니다. 한동안 없던 벼멸구 피해가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 기후위기를 실감하게 하죠."
황금빛 논밭도 이제는 옛이야기다. 수확을 마치고 이전 같으면 짧동한 벼 밑동만 남아있는 것이 정상이지만, 어느새 그 위로 푸른 벼 줄기가 벌써 꽤 자라났다. 포근한 날씨가 이어진 탓이다.
"수확을 마친 논이 이렇게 푸른 것이 말이 되나요. 예사롭지 않은 풍경으로 보 이곤 합니다."
농사짓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환경이다. 20년 전 힘을 합했던 산계뜰 영농조합 농민들은 세월이 지나 연로해졌고, 그나마 자녀가 이어받은 경우가 있어 13개의 농가 수가 유지되는 상황이다. 4만~5만 평 논에서 생산되는 50~60톤의 친환경 농업 쌀은 일부는 공공급식에 쓰이고, 나머지는 산계뜰 자체 판로를 통해 옥천, 대전, 청주, 서울 등 전국으로 판매되고 있다.
"초반에는 옥천 공공급식에 친환경 쌀을 유통할 목적이었지만, 공공의 영역을 민간에서 한다는 것이, 또 갈수록 학생 수가 줄고 쌀 소비량도 줄어들어 농업 환경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이를 지속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고 느낍니다."
옥천군친환경농업협회와 옥천살림에서 담당하던 공공급식용 친환경 쌀 정부수매도 지난해부터는 농협에서 담당하게 되면서 농민의 마음은 더욱 위축됐을 테다.
위기를 극복하려는 시도
이러한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산계뜰에서는 다양한 판로를 확보하고, 가공식품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찹쌀, 흑미, 누룽지 향이 나는 쌀 등 특수미를 재배하고 쌀 가공식품인 누룽지를 생산하고 있는 것. 누룽지는 지난 1월부터 시장조사를 시작해 5월부터 직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시판하고 있다. 그는 가공식품 개발의 중요성을 이해하면서도 그 어려움에 대해 설명했다.
"농산물은 1차 산물이기 때문에 보관에 한계가 있잖아요. 그렇지만 햇반이나 누룽지처럼 쌀로 가공식품을 만들면 그만큼 보관도 쉽고 판매 상품을 다양화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죠. 그렇지만 그걸 농민이나 작은 영농조합에서 시도하기란 어려운 일이에요. 식품위생법과 같은 법적인 문제도 있고, 가공 설비를 마련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니까요."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