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6일 <뉴스타파> 보도에서) 어디가 허위라고 기소를 한 건지 알 수 없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502호 법정. 형사21부 심리로 하루 종일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6차 공판이 마무리될 즈음, 주심인 김재원 판사가 입을 열었다. 3차례 공판준비기일을 포함해 재판만 9번 진행됐는데, 김 판사가 작정하고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김 판사의 말을 받은 허경무 재판장은 '공소기각'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다. 허 재판장은 "공소사실이 특정됐는가, 아니면 공소사실 불특정으로 공소기각 판결을 받아야 될 것인가 검토하는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토 결과에 따라서 12월 10일 (7차 공판에서) 증거 조사가 아닌 다른 것이 진행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최후 통첩에 가깝다.
'공소기각'은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공소가 적법하지 않다고 인정하여 사건의 실체를 심리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시키는 것을 말한다. "국기문란"(2023년 9월 4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희대의 대선 정치 공작 사건"(같은 해 9월 5일 대통령실) 등 무시무시한 말과 함께 시작됐던 검찰의 수사가 왜 이렇게까지 궁지에 몰린 것일까.
[처음부터 삐그덕] 준비기일부터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 지적
검찰은 지난 7월 대장동 의혹 장본인 김만배(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씨,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한상진 기자를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71쪽에 달하는 공소장을 살펴보면, 주된 혐의는 '피해자 윤석열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피해자 윤석열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소장에 문제가 있었다. 1차 공판준비기일부터 재판부는 판사에게 예단을 생기게 할 수 있는 불필요한 내용이 공소장에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공소장 일본주의 위반). 특히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공소사실과 관련이 없거나, 사실로 확정되지 않은 소위 '이재명 공산당 프레임'과 김만배-이재명 유착 관계 등의 서술 삭제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