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모든 것이 '대한민국 1호기자'를 자부하는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이 자초한 치욕이라고 봅니다. 평소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이 얼마나 우습게 보였으면 대통령실 고위 인사가 출입 기자가 대통령에게 던진 질문을 '무례하다'라고 깔아뭉개는 발언을 거리낌 없이 내뱉었겠습니까?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 비서관의 '무례 발언'은, 윤 정권의 고압적이고 저급한 언론관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뿐 아니라 한국의 모든 언론인에 대한 모욕이자 겁박입니다. 윤 정권이 한국 언론에 새겨 놓은 '주홍 글씨'입니다. 기자들이 스스로 떨쳐 일어나 이 글씨를 지우지 못한다면 한국 언론은 영원히 '권력의 노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윤 정권의 고압적인 언론관 보여준 홍철호 정무수석 발언
먼저, 홍 수석의 무례 발언이 나온 경과를 살펴봅시다. 윤 대통령이 11월 7일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임기 절반에 맞춘 회견이라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여론의 관심은 온통 '명태균의 폭로'와 '김건희 추문'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반응에 쏠려 있었습니다.
회견 전날, 대통령실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끝장 회견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자회견 시간 대부분이 추상적 사과와 변명, 자랑, 부인 사랑만 늘어놓는 윤 대통령 주연의 '모노 드라마'로 흘러갔습니다. 120여 분 동안의 회견 중 26명의 기자가 질문자로 나섰지만, 핵심을 추궁하지 못하고 변죽만 울려댔습니다.
그중 <부산일보>의 박석호 기자가 모든 사람의 잠을 깨우는 질문을 하고 나섰습니다. 두루뭉술하고 포괄적으로 사과했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사과했는지 '59분 장황설 대통령'에게 날카롭게 따져 물었습니다. 당황한 윤 대통령이 횡설수설하며 답변하는 모습을 지켜본 시민들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의 질문이 없었다면 이날 기자회견은 맹탕이 됐을 텐데, 그나마 그가 대통령실 출입 기자 전체의 체면을 살려줬다는 평가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습니다.
박석호 기자의 송곳 질문이 대통령실엔 '시정' 대상
하지만, 대통령에 대한 아부와 무조건적인 충성을 생명으로 삼고 출입 기자를 '대통령실 홍보 요원' 정도로 아는 대통령실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던 모양입니다. 홍 수석은 19일 국회 운영위원회 답변에서 "그 부산일보 기잔데요. 그 기자가 대통령에 대한 무례라 생각한다. 대통령이 사과했는데 마치 어린아이한테 부모가 하듯이 뭘 잘못했는데 하는 태도는 시정해야 한다"라고 꾸짖듯 말했습니다. '무례'와 '시정'이란 단어로 대표되는 이런 인식은 답변 장소와 홍 수석의 위치를 고려할 때 대통령실의 집약된 의견, 더 나아가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문제 발언을 내뱉고도 그가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걸 설명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