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전인 1986년에 난 고3 학생이었다. 당시 작가나 기자가 되는 게 꿈이었던 나는, 국어를 가르치셨던 담임 선생님께 국문과에 원서를 넣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담임 선생님은 "국문과에 가면 실업자 된다. 영문과로 돌려라."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뭇 진지한 표정이셨다.
영어가 싫지는 않았던 나는 "영문과에 진학해도 문학은 공부할 수 있다"는 선생님의 꾐에 빠져 결국 영문과를 선택했다. 당시에는 학력고사를 치른 후 받은 점수로 대학 한 곳에만 지원할 수 있었고, 떨어지면 곧바로 재수생의 길에 들어서야 했기에 소신․안정 지원이 대세였다.
사교육이나 입시 컨설팅은커녕, 인터넷조차 없던 시절에 담임 선생님의 말씀은 곧 진리였다. 그나마 나는 적성이나 소질을 조금은 고려하여 대학에 간 편이었고, 친구들은 대체로 그냥 학력고사 점수에 맞추어 대학과 학과를 결정했다.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으니 그땐 그게 당연했던 것 같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난 고등학교 영어 교사가 되었다. 작가나 기자가 꿈이었던 나는 교단에 선 이후 꿈을 '좋은 선생님'으로 바꾸었다. 퇴직을 6년 남겨놓은 지금, 좋은 선생님이라는 꿈을 이루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