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군 차황면 실매리에 사는 송정순(70)씨가 웃었다. 그는 아버지가 무려 50년간 쓴 일기장 49권과 소장했던 책 등을 경남도기록원에 기증했다. 이 사실은 이미 곳곳에 짧게나마 보도됐지만 구체적인 사연은 알려지지 않았다.
송씨의 아버지는 고 송선덕(1930~2014) 선생이다. 송씨는 8남매 중 둘째 딸이다. 연락이 닿아 송씨가 사는 실매마을 집을 찾았다.
떠난 아버지, 귀향한 딸
수도권에서 살던 송씨는 2014년 8월 고향인 산청 차황면 실매리로 돌아왔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직후였다. 그해 6월 20일, 그 날짜는 잊지 못한다. 아버지 소식을 접했다.
"그날 모 심어놓고 논에 물이 있는지 없는지, 저 위 저수지에 아마 물을 보러 가셨나 봐요. 거기에 둑을 쌓아놨는데, 힘이 없으셨는지 잘못 디뎠나 보더라고요. 차후에 가보니까 그 난간에 돌이 깨져서 떨어져 있었어요. 아버지가 떨어진 곳이 높이가 2~3m 정도 됐던 듯해요. 처음에는 못 찾았지요. 전화를 안 받으니까. 온 동네 사람들이 막 찾아가지고 거기에 돌아가신 채 계신 걸 발견했어요."
아버지가 떠나고 혼자 남은 어머니 곁에 있고 싶었다. 아버지는 아픈 어머니를 7년간 보살폈다.
"엄마도 혼자 있으니까 나랑 살고 싶었나 봐요. 요양원에는 안 가고 싶고. 그 이전에 벌써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안 좋은 상태였어요. 그러니까 아버지가 7년을 엄마를 모셨어요. 고생하셨지. 정말 고생하셨지요. 아버지가 혼자 힘들기도 하셨나 봐요. 우리가 그런 걸 미처 생각을 못했는데, 그래 고마 체력도 떨어지고 그러셨는지 돌아가셨어요."
딸과 함께 지내며 즐거워하던 어머니 표정도 잊지 못한다. 고향에 돌아온 뒤로 6년 정도가 흐르고 송씨 어머니인 고 박경임(1931~2019) 선생도 2019년 12월 영면에 들었다.
메모광 아버지
아버지는 1965년부터 돌아가신 날 2~3일 전까지도 일기를 적었다. 늘 손바닥 크기만 한 수첩을 가지고 다니며 일상을 기록하는 게 습관이었다. 양복을 자주 입었는데, 안 주머니에 넣기도 좋았다.
"아버지가 일기를 매일 쓰신다는 걸 우리 자녀들은 다 알았지요. 애초 학생 때부터 어딜 가시나 일기장을 가지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는 항상 메모를 하시고 일기를 쓰시고 그런 거예요. 종이가 조금 모자라면 이면지를 붙여 쓰셨더라고요. 꼼꼼하고 정직하셨어요."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