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마을 누구네 집에서 누구 제사를 지냈을 거라는 사소한 일이 그날의 화젯거리 전부였던 시골이었다. 마을 사람이 TV 화면에 스쳐 지나가는 것도 화제였을 당시에 주인공으로 나와서 숨겨뒀던 끼를 발산하는 장면이 대문짝만 하게 나왔다.
그는 오일 장날 장에 갔다가 이웃 마을 사람을 비롯한 여러 사람의 관심을 끄는 연예인급 대우를 받고는 자존감이 하늘까지 치솟아서 돌아왔다.
그런 식으로 부여의 공무원과 교사, 농민들, 내 이웃을 방송에 출연시키거나 표창받게 해주는 보람이 동력이 됐다. 바쁜 와중에도 내가 글 쓰는 일을 멈추지 않게 했고 완벽한 시골 사람으로 정착해 살게 했다. 비전 없는 시골살이에 겁 없이 뛰어든 우리를 비웃던 마을 주민들의 눈길도 달라졌다. 나를 '작가', '기자'로 인정하고 그렇게 불러 주었다.
그러나 초창기에 <오마이뉴스>에 연재 기사를 쓰거나 사는 이야기 코너를 맛깔나게 썼던 사람들이 책을 출간하며 공인된 작가로 발돋움하는 동안 나는 항상 제 자리인 것만 같았다. 아이들은 여전히 내 손이 많이 가는 나이였고 생존을 위해 사업도 해야 했기 때문에 글 쓰는 일에만 집중하기 어려웠다. 한 마디로 글의 맛을 살리는 실력이 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