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윤석열 대통령 쪽은 다급해지고 있다. 법률대리인단은 '체포 지시' 증언의 신빙성을 무너뜨리고자 2월 20일 다시 부른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집중 공격했다. 하지만 그들이 꺼낸 '디테일'들은 판을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홍 전 차장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12월 3일 오후 10시 53분경 윤석열 대통령과 비화폰으로 통화하며 '방첩사를 지원해서 싹 다 잡아들여'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후 그는 10시 58분과 11시 6분 두 차례에 걸쳐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통화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등 체포 대상자의 명단을 전달받았다.
그런데 조태용 국정원장은 지난 13일 헌재에 나와 'CCTV 등을 확인한 결과 11시 6분 국정원장 공관 앞 공터에서 명단을 받아적었다던 시간에 홍 전 차장은 본인 집무실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20일 윤 대통령 쪽은 이를 발판으로 홍 전 차장을 공격했다. 윤갑근 변호사는 "12월 3일은 겨울이다. 바깥에서 메모한다는 건 이례적이고 추운 상황이었다"며 "장소를 혼동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라고 했다.
반칙
그는 홍 전 차장이 당시 첫 메모를 보좌관에게 옮겨 적으라고 했고, 이튿날 다시 한 번 더 쓰라고 한 메모에 '딴지일보'가 들어가고, 권순일 전 대법관이 두 번 등장하며,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추가된 점에도 의문을 표했다.
또 홍 전 차장의 검찰 진술을 들이밀며 그의 행보에 정치적 의도가 있음을 부각시키려고 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반칙'에 가까운 무리수였다. 윤 변호사는 홍 전 차장이 검찰 조사 당시 검사가 메모의 원본 제출을 요청했지만 거부했다면서 "(당시 거부하며) '당분간 제가 사용해야 해서' 라고 했는데, 어디에 사용하는 건가"라고 추궁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 실물화상기로 제시된 검사의 질문은 '메모 원본'이 아니라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해줄 수 있는가'였다. 즉 홍 전 차장의 답변은 '메모를 사용해야 해서 임의 제출이 어렵다'는 뜻이 아니었다.
의미 없는 디테일 공격
홍 전 차장은 기억의 한계를 인정하기도 했다. 그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내용이 조금 혼동된 부분이 있어서 (저의 지난 증언을) 정정할 필요가 있다. 22시 58분과 23시 06분에 중요한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쪽은 질문만 쏟아내며 사실상 그의 해명을 차단하는 등 공격을 이어갔다.
홍 전 차장은 국회 쪽 신문 과정에서야 당시 상황을 설명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조서를 보니까 여인형 사령관도 제가 일반폰으로 전화했고 보안폰으로 바꾸자고 했다던데, 처음에 전화해서 (여 사령관이) 국회 본회의 얘기, 위치 추적, 체포명단을 불러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받아 적으려다가 가만 생각해보니까 일반폰으로 통화하고 있더라. 그래서 '이거 좀 예민한 거니까 보안폰으로 바꾸자'고 했다. 그런데 바꾸고 보니까 제 비화폰에는 (통화 가능 대상자에) 방첩사령관이 포함되지 않았다. 그건 개인이 입력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담당 부서에서 입력할 수 있는 부분이라 보안폰으로 전화할 수가 없었다. 최종적으로 다시 일반전화로 전화한 거고, '보안폰으로 연결이 안 되니까 사람을 보내라'고 했고, '바쁘니까 사람을 보낼 수 없다'고 해서 그냥 불러주는 명단을 받아 적은 거다."
홍 전 차장은 또 12월 4일 보좌관에게 '기억나는 대로 메모를 재작성하라'고 지시한 이유도 밝혔다.
"12월 4일 오후에 그 명단을 쭉 보고 있으니까 계속 두 명이 생각 안 난 부분이 머리를 맴돌았고, 한두 명 정도 더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는데 다시 여인형 사령관한테 물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야 너 머리 좋으니까 다시 써봐' 했고. 첫 번째 메모(전날 보좌관이 옮겨적은 것)를 두 장에 나눠 썼는데, 빽빽하게 써서 보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메모라서 '이름만 시원시원하게 써봐' 이런 식으로 얘기한 것 같다. 그래서 한 10명 정도를 기억해서 썼던 것 같다. (12월 3일 메모의 명단과 12월 4일 메모의) 명단은 다 동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