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인 탄핵 심판을 놓고, 윤석열 대통령 지지세력이 대학가에서도 논란을 키우는 모양새다. 서울에 이어 부산대에서까지 '탄핵 반대' 시국선언이 발표됐는데, 현장에선 극단적 주장을 하는 유튜버들이 엉키면서 혼란한 상황이 펼쳐졌다. 이에 맞서 부마항쟁의 후예를 자처한 재학생과 동문들은 "부마정신을 모욕하고 있다"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게 극우 집회입니까? 시국선언입니까?"
24일 오전 11시 부산대학교 정문 인근. 지나가던 한 시민이 귀를 때리는 소음에 얼굴을 찌푸렸지만, 'OO TV'라고 적힌 한 유튜버의 검은 차량에서 알아듣기 힘든 소리가 쉴 새 없이 흘러 나왔다. 가까이 가보니 '이재명 구속' 등을 소리치는 내용이었다. 다른 한편에선 태극기를 든 유튜버가 곳곳을 누볐다. 일부는 광화문이나 세이브코리아 집회의 부정선거 음모론 주장인 '스톱 더 스틸(STOP THE STEAL)' 글자를 들고나왔다.
경찰 200여 명이 배치돼 공간을 나눴지만,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막지 못했다. 급기야 일부는 "전라도, 빨갱이들" 등 지역 비하나 색깔론도 모자라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퍼부었다. 끊임없이 상대를 자극하자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다행히 충돌은 없었다.
어수선한 상황 속에 '민주파괴 극우세력 청산'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든 학생들이 하나둘씩 모였다. 이들은 차분한 모습으로 예정한 기자회견을 낮 12시에 시작했다. 방해도 아랑곳없이 마이크를 잡은 학생들은 "내란 수괴 옹호는 결코 법치주의, 민주주의가 아니라"라며 준비한 발언을 쏟아냈다. '윤석열 즉각 파면을 바라는 부산대 학우' 일동 이름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당신들이 진정으로 애국자라면 지금 당신들의 분노가 어딜 향해야 할지 다시 생각해 보십시오. 계엄 문건을 보면 모릅니까? 수많은 국민, 군인들의 증언을 들어봐도 모르겠습니까? 노상원의 수첩을 보아도 정녕 모르겠습니까?" (음악학과 손한결)
지난해 12월 1050명 규모의 부산대 윤석열 퇴진 시국선언에 동참했던 손씨는 탄핵 반대 측을 향해 "제발 극우 유튜버 대신 제대로 된 언론을 통해 깨어 있는 시각으로 현실을 바라보라.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라고 따끔한 한마디를 던졌다. 경영학과 최욱진씨는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선배들의 희생을 모독하는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라고 민주주의 위기 상황을 개탄했다.
수십여 명의 참석자들은 준비한 기자회견문을 나눠 읽으며 부마민주항쟁의 정신을 상기하기도 했다. 45년 전 부산대 학생들은 교문 밖을 뛰쳐나가 '박정희 독재'에 항거했다. 당시 군사정권은 이를 막기 위해 군대를 동원했다. 이때 내려졌던 계엄령은 2018년 대법원에 의해 위헌·위법 판단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