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봄빛이 완연한 지난 11일. 친구들과 함께 아직 떠나지 않은 철새, 흑두루미를 보기 위해 전남 순천만습지를 찾았다. 이곳은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매년 수천 마리의 철새가 머물다 떠나는 신비로운 공간이다.
습지 입구 왼쪽에는 새벽 드론 촬영을 통해 기록된 겨울철새 모니터링 결과가 게시되어 있었다. 그날 순천만에서 관찰된 흑두루미는 3871마리. 재두루미와 검은목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기러기류 등도 함께 기록되어 있었다. 해설사 설명에 따르면 올겨울 이곳을 찾은 흑두루미는 약 7600여 마리였다고 한다. 절반 가까이가 아직 북으로 떠나지 않은 셈이다.
보통 흑두루미는 10월 중순쯤 남쪽으로 날아와 겨울을 나고, 3월이 되면 다시 먼 길을 떠난다. 서산을 지나 대동강 유역, 만주를 거쳐 시베리아 아무르강까지의 긴 여정. 봄철 번식지로 북상할 때는 한 달이면 도착하지만, 가을철 월동지로 내려올 때는 두 달이 걸린다. 어린 새끼들과 함께 이동하기 때문이다. 따뜻한 곳이 있으면 쉬어가며 천천히 남하하는 것이다.
람사르 탐조길에 접어들자, 멀리서 흑두루미의 낯선 울음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그 신비로운 소리에 감탄하며 걷고 있는데, 갑자기 한 친구가 외쳤다.
"헛, 저기 진짜 흑두루미가 있어!"
모두가 소리 나는 방향으로 달려가 보니, 논두렁에 홀로 남은 한 마리가 서 있었다. 해설사는 짝을 잃은 흑두루미라고 설명했다.
두루미는 평생을 짝과 함께하는 새다. 부부애가 깊어 한 마리가 다치면 다른 한 마리는 끝까지 곁을 지킨다고 한다. 짝을 잃으면 한동안 홀로 머무르다 떠난다고. 그 이야기를 듣고 모두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