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가 소속된 활터(공항정)의 사원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평일에도 활을 쏘는 사대가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주말에는 하도 사람이 많아 활 한번 쏘기 위해 맛집처럼 웨이팅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의 전통활쏘기(국궁)를 배우겠다며 찾아오는 사람들이 줄을 이으면서 활터의 교육 방식도 바꿀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은 사범과 수강생 간의 1:1 지도로 교육해왔으나, 물 밀듯이 밀려오는 인원들을 감당하기 어려운 탓에 집체교육으로 전환한 것이다. 하여 작년부터 공항정에서는 '전통활쏘기(국궁)교실'을 신설, 분기별로 2~30명씩 수강생을 모집하여 전통활쏘기를 지도하고 있다.
그렇게 야심차게 문을 연 국궁교실이 벌써 2기 수료생까지 배출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인원 미달인 적이 없었다. 매 기수마다 모집 공고를 올리면 하루이틀 사이에 선착순 마감되고, 등록 포기자들이 나올 것을 대비하여 모집하는 예비 인원 역시 신청 인원의 2배를 웃돌 정도다.
솔직히 어안이 벙벙하기만 하다. 국궁을 취미 이상으로 생각하고 즐기고 있는 나조차도 국궁은 사람들에게 생소하고, 특히 놀거리 즐길거리가 많은 젊은 층에게는 흥미를 끌지 못하는 취미라고만 여겨왔는데, 생각보다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국궁교실 수강생들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여러분은 왜 국궁을 하십니까?"
국궁을 배우는 이유, 공통점은 '활력 증진'
먼저 '국궁을 배우기로 결심한 이유'에 대해 물었을 때, 수강생들 다수가 '전통적인 것, 한국적인 것에 대한 관심과 동경'을 이유로 꼽았다. 특히 해외에 나갔을 때 외국인 친구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어서 국궁을 시작했다는 이도 있었다.
국궁을 배우는 이유에서는 세대별로 약간 차이가 나기도 했다. 30대 남성 수강생 A씨는 "어릴 적 꿈이 활을 만드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역시 30대 남성 수강생인 B씨도 "어릴 적 사극을 보면서 활쏘기에 대한 로망이 생겼다"고 했다.
이처럼 30대 수강생들은 로망의 실현을 위해 국궁을 시작한 반면, 40대 이상 수강생들은 대개 "노후에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서", "건강을 위해서" 등 실용적인 측면에 주목하여 활쏘기를 배우기로 결심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국궁을 배워본 수강생들의 소감은 어떨까. 세대를 막론하고 '건강'과 '집중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활터에 나와서 활을 꾸준히 당기고 자세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근력이 강화되고, 또 과녁에 맞히기 위해 집중하는 과정에서 집중력과 평정심을 기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
A씨는 "마음을 비우는 것에 도움도 되고 국궁을 하는 순간만큼은 자유롭다는 생각이 들어 좋다"며 활쏘기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60대 남성 수강생 C씨 역시 "자기 자신을 다스리기에 너무 좋은 취미"라고 극찬했다. 40대 남성 수강생 D씨는 "평생 친구가 생긴 것 같다"며 국궁을 친구에까지 비유했다.
B씨는 "내가 쏘아 보낸 화살이 하늘 높이 날아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황홀하다"며 처음 과녁에 화살을 맞혔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화살이 145m 너머의 과녁에 도달해 마침내 맞았을 때 '텅'하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튕기는 모습을 보면, 그 순간 스트레스가 씻은 듯이 날아갑니다. 아무리 몸이 피곤하고 힘들어도 꾸역꾸역 활터에 오르는 이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