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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식목일... 미국은 소방관을 이렇게 대한다
2025-04-06 14:01:38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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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78번째 식목일이다. 식목일만큼 한국의 기적적 변화를 잘 보여주는 날이 없다. 왜 아닐까. 나무 하나 없었던 한국이라 했다. 전국 방방곡곡이 민둥산으로, 수령이 제법 있는 나무는 국가 소유로 민간인이 드나들 수 없는 숲이나 민가를 찾기 어려운 깊은 산골에서나 만날 수 있었다 했다. 연료라 할 것이 땔나무뿐이고 팔만한 것도 베어온 나무뿐이던 가난한 시절, 이승만 정권은 건국과 함께 식목일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하여 전국적인 조림사업에 돌입한다.

추위에 강하고 토질을 덜 타며 빠르게 자라는 데다 버섯 등을 키우기에도 좋은 소나무는 한국의 조림사업에서 단연 수혜를 입었다. 고려 때부터 지조와 절개의 상징이라 불리며 대중적 호감까지 있으니 소나무를 심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큰 수요에 맞게 묘목사업도 소나무 위주로 짜여 지난 70여 년 동안 효과적으로 기능했다. 전국 숲이 푸르게 뒤덮였고, 한국의 울창한 삼림은 세계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자랑이 되었다.

그러나 올해 식목일만큼은 기쁘고 자랑스럽게 맞이할 수가 없다.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해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5개 시·군을 태운 산불이 발화 6일, 149시간 만에 극적으로 진화됐다. 서울시 면적 75%에 달하는 삼림이 영향권에 들었다. 이번 화재로 사망자만 30명, 중경상자는 45명이 파악됐다. 불길에 휩싸인 민가와 기업체는 물론, 동식물 또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불교유적인 고운사와 운람사, 만세루가 전소되는 등 문화유적 피해 또한 상당했다. 보물 2건 포함 국가유산 27건이 소실됐다. 한국 정부수립 이래 최악의 화재참사로 기록될 만하다.

총체적 부실, 예고된 참사였다고


이번 대규모 산불을 예고된 참사라 보는 시각이 많다. 산림청 산불발생현황에 따르면 2020년대 산불발생 건수와 면적이 과거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증가한 상태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불탄 면적만 해도 6721ha(헥타르)로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40여 년을 합친 것과 맞먹는다. 이번 피해면적을 포함하면 근 5년간 산불피해가 건국 이후 2019년까지 발생한 피해면적을 훌쩍 넘어선다.

기후위기로 인해 대규모 산불이 발생할 위협이 크다는 보고는 세계 각지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대표적 피해지역인 러시아와 호주, 미국 등지에선 한 해가 멀다하고 국토 상당 부분이 불타는 대규모 산불피해가 이어진다. 한국의 상황이 결코 이례적이며 일회적 사건이 아닌 이유다. 역대급 산불이 아닌, 향후 거듭될 대규모 참사의 시발점일 가능성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뿐인가. 식목일, 지난 세월 그토록 열심히 심은 소나무가 대형 산불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숱하게 지적된다.

위기에 대응하는 공공체계의 총체적 허점이 드러났단 시각도 적지 않다. 산림소방의 기본은 번지는 불길을 막는 것이다. 도시에서와 달리 소화기나 소화액, 물을 구하기 어려운 삼림에서의 진화작업 특성상 불길이 번져나갈 수 있는 땅의 풀이나 잔가지, 낙엽 등을 미리 태워 진화선(방어선)을 구축하는 작업이 핵심이 된다. 가능하면 주불에 대응하고, 불가능할 경우 진화선을 확보해 화재의 확장을 막고 잔불을 확실히 잡는 것이 산불대응의 기본이다.

문제는 이 모두가 숙련된 인력이 집중 투입돼야 한다는 점이다. 산에서 무거운 장비를 들고 기동할 수 있을 만큼 체력이 받쳐줘야 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산불과 기상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숙련된 인력이어야 한다. 산불대응이 소방의 꽃이라 불리는 이유다. 시베리아 들판을 무대로 활약하는 러시아 산림소방관, 미국 산악지대를 누비는 핫샷 등은 각국 최정예 공공인력으로 대우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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