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도전적인 발레 2인무, 한국 팬들에 첫선”
日 전통 현악기 ‘샤미센’ 선율 따라…
"한국 걸그룹 춤 안무할 기회 오기를”
[yeowonnews.com=김영미기자]세계 최고의 클래식 발레단으로 평가받는 미국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가 24∼27일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내한 공연 ‘클래식에서 컨템포러리까지’를 갖는다. ABT ‘간판 무용수’로 세계적인 발레 스타인 이자벨라 보일스턴(39)과 제임스 화이트사이드(41)는 방한을 앞두고 18일 가진 동아일보 서면 인터뷰에서 기대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 ▲ "가장 도전적인 발레 2인무, 한국 팬들에 첫선” © 운영자 |
화이트사이드가 언급한 ‘신디스’란 두 사람이 막역한 친구이자 최고의 파트너인 서로를 부르는 애칭이다. 발레계에서 두 무용수를 지칭하는 고유명사처럼 통용된다. 신디스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 단막극 ‘네오(Neo)’로 첫 한국 무대를 선보인다.
‘클래식에서 컨템포러리까지’는 ABT가 발레단 차원에서 13년 만에 가지는 내한 공연. 한국인 수석무용수 서희, 안주원 등을 포함한 무용수 약 70명이 나흘간 단막극 5편을 펼친다. ABT는 1939년 창립된 미 국립발레단으로,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등과 더불어 세계 최정상으로 꼽힌다. 보일스턴은 2006년 입단 뒤 2014년부터 수석무용수로 활동해 왔으며, 화이트사이드는 2012년 입단 후 이듬해 수석 무용수로 발탁됐다.
두 사람은 ‘백조의 호수’ 오데트 공주와 지크프리트 왕자, ‘호두까기 인형’ 소녀 클라라와 왕자 등 다수의 작품에서 합을 맞췄다. 보일스턴은 “제임스는 열정적이고 강렬한 춤을 보여준다. 객석에서도 그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며 “서로 말하지 않아도 타이밍을 읽을 수 있기에 즉흥적 표현이 가능하다”고 했다. 화이트사이드도 “무대 위에서도 밖에서도 의지가 된다”며 “모두의 인생에는 ‘신디’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ABT 수석무용수 이자벨라 보일스턴(왼쪽)과 제임스 화이트사이드는 “지난해 처음 ‘네오’를 공연하게 됐을 때 ‘과연 해낼 수 있을까’란 생각부터 들었을 정도로 까다로웠다”고 입을 모았다.
26일 공연되는 ‘네오’는 ABT 상주 안무가인 알렉세이 라트만스키가 두 사람을 위해 창작한 9분 길이의 2인무. 팬데믹을 겪으며 ‘새로운 시도’가 필요했던 신디스가 안무가에게 직접 작품을 의뢰해 탄생했다. 2021년 온라인으로 처음 공개된 뒤 지난해부터 정식 무대에 올랐다. 보일스턴은 “우리의 깊은 우정과 개성을 담아낸 작품이다. 때로는 서로 경쟁하고, 때로는 서로 지지하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로맨틱한 느낌은 아니다”라고 소개했다.
일본 전통 현악기 ‘샤미센’의 신비로운 선율에 따라 두 무용수는 긴장감 높은 춤을 풀어낸다. 고전 발레의 흔한 서사도 마임도 없다. 보일스턴은 “복잡한 스텝과 고난도 테크닉으로 가득하다. 지금까지 해본 2인무 중 가장 도전적”이라고 평했다. 화이트사이드는 “애초에 영상 촬영을 염두에 두고 안무를 짜 숨 돌릴 틈이 없다. 안무가도 ‘그냥 편집하면 되지’ 생각했던 것(웃음)”이라며 “작품을 할 때마다 기절할 듯한 기분이 든다”고 고백했다.
보일스턴은 27일 단막극 ‘라 부티크’에도 출연한다. 20세기 러시아 안무가 레오니트 마신이 안무한 단막 발레 ‘라 부티크 판타스크’(1919년)를 ABT 무용수 출신 안무가인 제마 본드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그는 “어둡고 역동적인 분위기의 ‘네오’와 달리 로맨틱하고 따뜻하다”며 “평소 환상적이기보단 사실감 있도록 연기하는 편이다. 맡은 인물 안에서 진실성과 정직함을 추구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신디스는 한국을 향한 각별한 관심도 드러냈다. 보일스턴은 2년 전 뉴욕 링컨센터에서 관람한 한국 무용을 떠올리며 “절제되고 아름다운 몸짓에서 한국 문화가 가진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JbDubs’라는 예명의 가수로도 활동하는 화이트사이드는 스스로를 ‘K팝 팬’이라고 강조했다.
“블랙핑크와 뉴진스, 르세라핌을 정말 좋아해요. 한국 걸그룹 춤을 안무할 기회가 온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