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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하는 건 세 명 중 두 명인가, 한 명인가
2025-05-02 16: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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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파면된 이후, 현직 군인 피고인들을 제외하고 주요 내란범들에 대한 공판은 3개로, 모두 지귀연 판사가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재판을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윤석열 재판(2025고합129) : 설명이 필요없는 내란 우두머리입니다. 재판에 넘겨진 12.3 내란의 세가지 큰 덩어리, ①계엄군과 경찰의 국회 침탈 및 봉쇄, ②방첩사령부와 경찰 등의 주요 정치인 체포 시도, ③계엄군의 선관위 점령 모두에 대해 최종 지시자이자 책임자입니다.
2)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청장 등 경찰 수뇌부에 대한 재판(2025고합51) : 내란에 관여한 경찰 수뇌부에 대한 재판입니다. 내란에서 경찰은 위 세가지 덩어리에 모두 투입되었으며, 계엄군과 보조를 맞추어 국회와 선관위 주변에 배치되고, 방첩사령부 등의 정치인 체포 시도에 협조했습니다.
3)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김용군 제3야전군 사령부 헌병대장에 대한 재판(2024고합1522) : 윤석열의 명령을 받아 12.3계엄을 전체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책임자들에 대한 재판입니다. 구체적인 계엄 계획을 설립하고 계엄군을 움직여 실행했으며, 특히 선관위를 점거해 직원들을 체포하고 서버 반출을 시도했습니다.


지난 주는 두개의 재판이 공판 기일을 진행했습니다. 윤석열은 두 번째 공판에서도 내란죄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을 주장하며 내란죄 성립을 부정했고, '의원들 끌어내라'라는 지시를 들었다고 증언한 군인들에게 너희가 잘못 오해한 거 아니냐는 취지로 유도신문 했지만 증인들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등 재판은 네 번째로 비공개로 진행되었습니다. 또한 윤석열 파면 결정문조차도 증거에 부동의하며 재판 장기화 의도를 내비쳤습니다. 연휴를 앞둔 이번 주에는 지난 주에 진행되지 않았던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윤승영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목현태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 등 4인의 재판만 진행됐습니다. 이와 함께 번외로 군사재판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간단히 돌아보고자 합니다.

1. '국회 체포조' 지원했지만, '국회의원 체포조'인 줄은 몰랐다? : 조지호 등 재판(2025고합51)

4월 16일 공판에서는 계엄 직후 주요 정치인들 체포 명령이 내려졌을 때 방첩사령부와 경찰이 어떻게 협력했는지가 검증되었는데요, 4월 29일 공판에서도 관련한 내용 검증이 계속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바에 따르면, 사건 당일 방첩사령부의 정치인 체포조 활동을 위해 경찰에게 지원을 요청하라는 지시가 군사법원에서 재판받고있는 방첩사령부 김대우 단장에게서 구민회 수사조정과장에게 내려졌고, 구민회 과장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이현일 당시 수사기획계장(편의상 이 계장이라고 칭하겠습니다)에게 체포조 활동과 관련한 지원 요청사항을 전달했습니다. 지난 공판에서 구민회 과장이 증인으로 출석했기 때문에, 이번 공판에서는 이 계장과 박창균 당시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이하 박 과장)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이 계장은 방첩사령부가 국수본에게 정치인 체포조 지원을 받을 때 방첩사의 지원 요청을 실무 선에서 처음으로 받은 인물입니다. 방첩사 구 과장에게 요청을 받은 이 계장은 영등포경찰서의 박 과장에게 연락해 방첩사 체포조 도착 소식과 함께 이를 위한 병력을 지원하라고 요청했습니다. 박 과장이 오전 공판에 먼저 출석했는데, 둘 사이의 통화 녹음 파일이 법정에서 재생되었습니다. 이 계장은 박 과장과의 통화에서 방첩사에서 국회 체포조 2개 팀이 올 것이니 인솔을 위해 형사 5명의 명단을 짜라고 지시했고, 특히 경찰 티 나지 않게 사복을 입히라고 주의까지 줬습니다. 이에 박 전 과장이 '뭘 체포하는거냐'고 묻자 이 전 계장은 '국회 가면 누구 체포하겠냐'고 반문했습니다. 당연히 국회의원을 돌려 말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박 과장은 이에 대한 검사의 질문에 '(국회의원 체포라서가 아니라) 집단 폭동 등 시민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대비한다고 생각했다'고 답변했습니다. 문제가 있는 답변입니다. 국회의원을 뜻하는 것인지 알면서도 처벌이 두려워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경찰이 계엄군이 아니라 계엄군을 저지하러 나간 시민들을 체포 대상으로 생각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오후에 드디어 이 계장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이 계장은 지난 공판에서 구민회 과장이 증언했던 내용, 즉 구 과장에게 체포 지원 요청 등을 받았다는 내용에 대해 사실이라고 인정했습니다. 계엄 직후 구 과장으로부터 경찰 수사관과 호송차 파견 등 요청을 받았고, 방첩사 체포조를 인솔할 영등포경찰서 소속 형사 10명의 명단도 전달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런 사실들을 피고인 중 한명인 윤승영 전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에게 보고한 사실도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이 계장은 체포대상이 누군지, 즉 정치인들을 체포하기 위한 작전인 줄은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지난 공판에서 구 과장은 이 계장에게 지원 요청을 했을 때 이 계장이 '체포 대상이 누구냐'고 되물었고, 이에 대해 '이재명, 한동훈'이라고 답했다고 진술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계장은 이번 공판에서 이런 내용을 '전혀 들은 기억이 없다'고 답했고, 이에 검사가 체포 지원 요청을 받으면서도 체포 대상이 누군지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거냐는 취지로 물어보자 '예'라고 답했습니다. 다만 이 계장은 '방첩사가 국회로 출동한다고 해 국회 안에 있는 사람들, 국회의원만은 아니더라도 국회의원도 (체포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다소 상식적이지 않은 답변일 뿐 아니라, 구 과장의 증언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증언입니다. 게다가 오전에 출석한 박 과장의 증언과 통화녹음에 따르면 이 계장은 '국회 가면 누구 체포하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체포 대상이 누구인지 몰랐다면 나올 수 없는 발언입니다. 그저 국회 안에 있는 외부 사람들을 체포할 목적이었다면 형사들에게 경찰 티 나지 않게 사복을 입히라고 한 이유도 잘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세 명, 즉 구 과장 · 이 계장 · 박 과장 중 한명(이 계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두 명(구 과장과 박 과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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