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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소름 돋는 유언... "강은 멈추면 죽어요"
2025-05-02 16:42:51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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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장을 보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망자 이름으로 개설한 단톡방. 조만간 또 만나자면서 헤어졌는데 두 달 만인 지난해 7월 17일, 그는 세상을 떴다. 사인은 간암과 간경화. 간에 치명적인 녹조의 독 '마이크로시스틴'과 그의 죽음은 상관이 없을까?

[망자의 증언] 재첩 살던 강에서 "피부 발진, 고름... 구토"

지난 2016년 9월, 세종보 상류 마리나선착장을 처음 찾아갔을 때 군데군데 떨어져나간 나무 바닥에는 보트를 접안시킬 6개의 홈이 나 있었다. 하지만 시커먼 펄로 가득 차서 접안이 불가능했다. 물이 고인 곳에선 공기 방울이 치솟았다. 펄 속에 침잠한 혐기성 물질이 내뿜는 메탄가스였다. 고 김영준씨가 7년 동안 운영했던 사업장은 악취 풍기는 늪으로 변해있었다.

동행했던 오마이뉴스 김종술 시민기자가 펄을 서너 줌 퍼서 선착장 바닥에 올려놓고 뒤적이자 붉은색 실과 약간 굵은 털실 같은 게 엉켜 붙어 꿈틀댔다. 산소 제로지대에 사는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였다. 환경부 지정 '최악 수질'인 4급수 지표종이다. 세종보로 물길이 막히자 쓸려 내려가지 못한 미세입자들이 강바닥에 쌓여 썩었다.


매년 이곳을 취재했고, 해를 거듭할수록 펄은 깊이를 더해갔다. 사망한 김씨는 매일 이런 곳에 강의 죽음을 온몸으로 느꼈던 산증인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었다.

"세종보가 건설되기 전인 2009년부터 선착장을 운영했어요. 물이 맑아서 재첩이 많았고, 쏘가리와 장어도 흔했죠. 드넓은 모래사장 주변에 200~300명씩 무리지어 노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었어요."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는 4대강사업의 장밋빛 청사진을 보며 가슴이 부풀었다던 김씨. 하지만 2012년, 4대강 16개 보 중 맨 처음 완공된 세종보 상류에서 첫 사업권을 따내 사업을 이어간 김씨의 경제는 참담하게 몰락했다.

"세종보가 건설(2011년 9월)된 뒤 금강 좌안 선착장에서 2년 정도 사업을 했습니다. 처음엔 수심이 1.5m 정도여서 배를 띄우는 데 무리가 없었는데, 이곳에서 나올 때는 펄이 쌓여서 수심이 50cm 정도였습니다. 펄 속에는 실지렁이가 바글거렸죠. 우안 선착장으로 와서 2년 정도 사업을 더 했는데 마찬가지였어요."

그는 "수상스키 선수들이 수트를 입었는데도 물에 닿으면 피부에 발진이 생기고 고름이 흘렀다"면서 "강바닥 펄에선 붉은 벌레들이 바글바글했고, 녹조라떼가 말도 못하게 많았는데 선수들이 물 위에서 넘어져서 간혹 물을 먹으면 그때마다 구토를 했다"고 증언했다. 결국 그는 "사업을 접고 술을 자주 먹으며 울분을 달랬다"고 망자의 부인은 전했다.

[죽은 강 6년] 물고기 떼죽음, 녹조, 큰빗이끼벌레, 실지렁이... 강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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