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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소설 장준하] 산제비도 넘기 힘든 파촉령 넘다가 호랑이 만나
2025-05-10 23:52:34
김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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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은 어느새 강군이 되어 가있었다. 애국심이 행군의 활력소로 작동한 것이다. 이종인 부대에서 보급품과 식량, 그리고 상당액수의 노자가 나왔다. 연극공연이 크게 효과를 본 것이다.

25일 간의 노하구 체류를 끝내고 일행은 파촉령 고갯길을 넘기 위하여 다시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 노하구에서 중경으로 가는 길은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는 한 파촉령을 넘는 길 밖에 도리가 없었다.

중국 국민당 정부가 중경으로 밀려간 후 비로소 생긴 이 통로는 그 후 계속 전후방을 연결하는 유일한 전경로(傳經路)가 되어버린 것이다. 모든 장비와 병참 지원보급을 국민정부는 사람의 등짐으로 져서 이 파촉령을 넘어 보내곤 하였다. 그 대신 일본군의 기동대는 도저히 이 파촉령을 넘을 수가 없었다. 일군의 기동력은 말과 자동차였다. 포대에서 대포를 끄는 말과, 보급 지원과 수송을 담당하는 자동차가 주로 점과 선을 점령 확보하는 전략에 쓰였다. 이 파촉령에서는 오히려 기동력이 무력한 것이 되었다.

엿새 째 되는 날 파촉령 고원지대를 향해 걷고 있을 때 난데없이 거대한 호랑이가 앞장 선 장준하와 김준엽의 머리 위로 휙 날라서 네 댓 발자국 앞에서 내려 앉았다. 혼비백산, 하마터면 호랑이 밥이 될 뻔했다.

일행의 행군을 동장군 못지않게 괴롭힌 것은 이였다. 혹독한 추위에 사지가 얼어가는 데도 몸 안에서는 이가 득실거렸다. 대원들은 견디다 못해 쭈구리고 앉아 쉴 때면 옷을 벗어 뒤집어 털었다. 보리알 같은 이가 눈바닥에 떨어져 바둥대다가 얼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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