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트렌드 키워드의 하나로 '아보하'가 보인다. 아보하는 '아주 보통의 하루'라는 의미이다. 우리는 이전에 '소확행'이라는 트렌드에 심취해 나의 하루를 작지만 확실한 행복에 몰두해 집중하고자 했다.
시간이 갈수록 소확행은 크기가 커져야 했고 점차 남에게 보이는 과시로 변질하기도 했다. 이러한 시점에서 새롭게 등장한 '아보하'는 우리가 찾는 행복이란 하루를 경쟁적으로 살아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오늘 보통의 하루를 살아내면 된다는 의미로 보기에 사람들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내가 사는 하루하루가 늘 특별할 수는 없다. 특별함을 짜내고 고안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삶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 하루의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아보하'가 추구하는 가치라고 본다. 아무것도 아닌 하루, 너무나 무미건조하고 어쩌면 지리멸렬할지도 모르는 하루. 그것이 눈물 나게 그립고 행복한 하루가 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무탈하게 살아온 게 기적
걷는 게 힘든 엄마를 위해 일주일에 두 번 도수치료를 받으러 간다. 워커에 의지해 걷는 연습을 하는 단순한 일인데 병원에서 이 사소한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많은 삶을 보게 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이른 아침부터 휠체어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력으로 걷는 연습을 한다.
엄마를 모시고 다니기 전에는 주로 나이가 드신 분들이 걷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로 뇌경색이나 뇌출혈로 인해 수술을 받고 재활 치료하는 40,50대가 많았다.
얘기를 들어보면 저마다 사연도 다양하다. 교통사고로 뇌수술 후, 뇌에 이상이 생겨 걷지 못하는 40대 초반의 남자는 병원에 입원한 지 벌써 6년이 되었는데 언제 퇴원해 스스로 걸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잘나가는 회사원이었다가 갑자기 뇌경색이 와 몸이 부자연스러워진 남자는 스스로 걷지 못하고 휠체어에 앉아 허공만 바라보고 있다. 초점이 흐려진 그의 눈을 보고 있노라면 발병 이전의 평범한 하루를 그리워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가니 주변에 아픈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간다. 무릎 연골이 마모해 걷는 게 부자연스러워진 친구가 있는가 하면 중한 병이 발견되어 병원 예약과 검사, 치료, 통원을 반복하는 지인도 있다. 그들이 바라는 삶은 하나같이 '아보하'이다. 아주 보통의 하루만큼 귀하고 소중한 시간이 없다는 말에 모두 동의한다. 그리고 자신이 보낸 그 수많은 '아보하'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던가를 새삼 깨닫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