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인생 풀면 책 한 권>이라는 이름으로 복지관 어르신들과 글쓰기 수업을 한다. 시니어 글쓰기 수업인데, 글로 만나는 어르신들의 삶은 소중하고 감동적이기도 하다. 이걸 연재 기사로도 쓰고 있다(관련 기사: 내 인생 풀면 책 한 권https://omn.kr/27fc4 ).
그런데 어떤 복지관이든 어르신 글쓰기에는 비슷하게 큰 특징이 있다. 다른 글쓰기 수업과는 달리, 바로 퇴고를 원하지 않으신다는 점이다.
지금이야 글 쓰는 판이 워낙 많은 시대지만 어르신들이 한참 활동할 때는 지금과 달랐다. 글쓰기는 '선택 받은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일이었다. 개인의 글쓰기는 기껏해야 일기에 그쳤다. 그마저도 꾸준히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아예 써보지 않았거나, 일기만 써 본 어르신들 입장에서는 고생스럽게 쓴 글을 또 고치는 일이 쉽지 않다. 시니어 글쓰기 수업은 누구에게 내보일 글을 쓴다기 보다는, 쓰는 경험과 즐거움을 드리기 위함이니 사실 일단 초고를 쓰신 것만으로도 '목적 달성'이긴 하다.
그랬어도 글쓰기에서 퇴고는 포기할 수 없는 혹은 포기해선 안 되는 과정이기에 나는 매 시간 말한다. 벽 보고 말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게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했다.
누워서 글 읽다가 벌떡 일어난 이유
수업 전날 밤, 숙제라면서 이메일이 왔다. 누워서 메일을 열었다가 글을 읽고는 벌떡 일어났다. 한 어르신이 전에 썼던 글을 '퇴고' 한 것, 즉 새로 쓴 글을 보내오셨는데, 이 글은 딱 봐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발행할 만한 '각'이 나오는 글이었다.
남의 퇴고에, 남의 기사 각에 내가 이렇게 흥분할 줄은 몰랐다. 몇 개의 문단 방향을 제안하고, 혹시 이렇게 하실 수 있으시겠냐고 다시 물었다. 어르신 수강생으로부터 기꺼이 하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글을 완성해서 송고 했다. 어르신이 보냈다는 말에, 내 기사를 송고했을 때보다 더 결과가 기다려졌다. 시간이 지나 기사가 발행됐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는 내 글이 기사가 됐을 때보다 더 신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