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마주친 고라니의 눈. 요즘 고라니 친구들이 천막농성장 주변에 자주 나타나 지켜본다. 사람만 보면 펄쩍펄쩍 뛰어 달아나는 것이 고라니인데, 이제 어느 친구는 우리가 익숙하다는 듯 유유히 지나가기도 한다. 새벽에, 한낮에 친구가 인사하듯 주변에 나타나 모습을 보여준다.
바람이 세다. 천막이 펄럭거리는 소리가 곧 날아갈 듯 거세게 불었다. 천막 앞 만장들도 정신없이 바람을 타고 휘날린다. 그 모습이 위태로워 보이면서도 만장이 팽팽하게 펼쳐진 모습이 제법 멋지기도 했다.
바람을 함께 견뎌주는 만장과 솟대, 고라니를 친구삼아 천막농성의 하루들이 또 채워지고 있다. 금강의 곁에 머무는 이 시간을 버티게 해주는 고마운 친구들이다.
졸속으로 진행된 금강권역 하천수자원계획(안) 공청회
"환경부는 물러가라!"
지난 20일 열린, 금강권역 하천수자원계획(안) 공청회장에 울려퍼진 주민들의 요구는 명확했다. 환경부는 이번 하천수자원계획(안)에 지천댐 건설을 포함시켜 공청회를 진행했고 주민들은 이에 반발하며 공청회 중단을 요구했다.
주민들의 의견수렴 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절차도 맞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 전에 열린 낙동강, 한강유역 공청회에서도 주민들은 같은 이유로 공청회에 항의했지만 환경부는 이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고 있다.
이 날 공청회는 엉망진창이었다. 공청회 시작도 전에 경찰들이 앞자리를 차지해, 주민들은 그쪽에 앉지 못 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담당 분야의 발제문만 읽을 뿐이었다. 주민의 의견을 듣고, 조정하는 자리가 아닌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