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MBC < PD수첩 >은 5일과 9일 그리고 17일, 3편의 방송을 통해 3일 밤 계엄 선포부터 14일 윤석열 탄핵 소추안의 국회 표결까지 밀도 있게 취재해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14일 동안 1시간짜리 탐사프로그램 3편을 제작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터. 제작 뒷이야기를 듣기 위해 18~21일, 4일에 걸쳐 해당 회차를 연출한 조윤미, 김보람 PD를 서면 인터뷰했다.
다음은 두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방송 끝난 소회가 있을까요? 김보람 PD(이하 김): "< PD수첩 >은 탐사보도 프로그램이라 보통 7~8주 동안 취재, 촬영 거쳐 방송 한 편을 만들어요. 계엄 후 48시간도 안 돼서 비상계엄 특집 '서울의 밤'을 만들었는데 사실 3일 만에 '서울의 밤2' 특집까지 또 제작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만큼 정국이 급박하게 돌아갔죠. 인터넷에서 '제작진 잠은 자고 일하냐'는 글들을 봤는데 사실 2주 가까이 모든 팀원이 거의 제대로 못 잤어요. 힘들고 말고를 이성적으로 따지면서 일했다기보다는, 모두가 본능적으로 바로 현장 뛰어가서 취재하고 편집하면서 방송 세 편을 만들었어요. < PD수첩 >이 반드시 기록해 둬야 할 역사의 순간이라는 공감대가 전체 팀원들 사이에 있었어요."
- 1편에서 계엄 후 시간을 재구성했는데 이렇게 한 이유가 있나요? 김: "꼭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날 그 현장을 가장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의 구성이라고 생각했고요. 특히 당시 TV 특보에서는 국회 밖 모습들이 주로 나왔었는데요. 계엄 사태가 터지자마자 바로 국회로 발 빠르게 달려간 저희팀 선후배 PD들과 카메라 감독님들이 국회 내부에 들어가 날 것 그대로의 계엄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와 주신 덕분에 잘 활용할 수 있었어요."
- 비상계엄 소식은 어떻게 들으셨어요? 김: "저는 휴가 중이라 속초로 여행을 갔었어요. 평온한 마음으로 밤바다 보면서 맥주캔을 땄는데 '계엄' 속보가 뜨길래 너무 놀랐죠. < PD수첩 > 연출진 메신저 방에서도 해킹이냐는 얘기까지 나왔고요. 군이 투입된 현장을 보고 놀라서 아는 보좌관님들에 연락해 봐도 연락이 안 되더라고요. 회사에 있던 저희 팀 PD들이 바로 국회로 뛰어갔고, 저도 밤새 초조해하며 뉴스를 보다가 휴가를 취소하고 첫차 타고 바로 회사로 복귀해서 국회의원들, 전문가분들 인터뷰를 급히 잡고 취재를 나갔죠. 굉장히 평범한 일상 한 가운데에 '계엄'이라는 충격적인 단어가 던져졌고, 국회에 들이닥친 계엄군을 실시간으로 보는 게 너무도 비현실적이었어요."
조윤미 PD(이하 조): "그때 다음 방송 준비 하느라 회사에 있었는데, 팀장님이 10시 30분쯤, 다급한 목소리로 '계엄선포랍니다'라고 소리를 치며 사무실로 뛰어오셨어요. 놀라서 TV를 켰더니 KBS나 MBC에서는 정규방송 계속하고 있었고 SBS에서 대통령이 계엄선포 하고 있더라고요. 저는 계엄이라길래 북한이 도발 행위를 한줄 알았어요. 근데 들어보니 아니더라고요. 일단 빨리 가서 취재해야 한다 싶어서 회사에 있던 김종우 선배와 전민제 조연출, 저 이렇게 셋이 먼저 택시 타고 출발했죠."
"'언론 통제' 명시한 포고령을 보고 섬뜩했어요"
- 바로 포고령 1호가 발표됐고 언론 활동 금지가 있었죠. 김: "저희 제작진들은 언제나 정권 비판적 아이템들도 쭉 다뤄왔기 때문에, 말씀하신 대로 '언론 통제' 명시한 포고령을 보고 섬뜩했어요. 저희 제작진도 '처단'의 대상이 됐을까 싶기도 하고요. 계속 밝혀지는 사실 중에 가장 소름 돋았던 건 수방사 B-1 벙커에 수천 명을 감금하려던 계획이었어요. 계엄이 성공됐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상상도 하기 싫더라고요."
- 말씀하신 거처럼 조윤미 PD님은 3일 밤에 국회 취재하셨잖아요. 어땠어요? 조: "국회 도착했을 때 국회 정문은 이미 경찰이 통제하고 있었고 최민희 국회의원이 국회의원증 보여주며 국회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고 있었어요. 어수선한 상황이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국회 본청까지 진입은 불가능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군인들이 도착하고는 많은 국회의원들과 당직자들 취재진이 본청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죠. 지금 생각해도 뉴스 보자마자 카메라 챙겨서 바로 출발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