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령 사태 이후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이 관심이 뜨겁다. TV를 틀면 매일 나오는 '헌법', '민주주의', '주권'이라는 평소 국민에게는 낯선 용어가 이제는 일상어가 되어 버린 느낌이다. 먼 미래의 진화된 민주주의에서나 대중적 언어가 될 것으로 생각했던 단어들이 일상어가 된 현실이 오랫동안 민주시민교육 활동을 해 온 필자에게는 기쁘면서도, 왠지 곧 꺼져버릴 것만 같은 비누 거품이라는 불안감도 엄습한다. 몇 년 전 거대한 촛불 광장과 정권교체 이후 시민의 민주주의가 갑자기 썰물처럼 사라진 지난 과거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권력을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을 무시하는 데 익숙한 정치권에 기가 눌려있어서 그런지, 이제까지 지역에서 민주시민교육은 민주주의의 원리나 가치, 주권과 같이 민주공화정 국민주권의 핵심을 이해하는 정치적 교육보다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이나 절차에 치중하는 시민성 교육이 주를 이루었다. 심지어 이러한 정치교육에 대한 조심스러움은 민주시민교육 시민사회 진영 내에서도 경향성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동안 거짓 자유민주주의 정권에 의해 '민주주의'라는 용어는 립서비스 차원에서는 잘도 사용하면서도 그것이 '주권'이라는 용어와 함께 시민들의 일상에 스며드는 것은 극구 차단당했다. 주권자의 귀를 막고 입을 틀어막는 것은 군부정권이나 다를 바 없었다. 이것이 현 정권 들어서서 그동안 진행됐던 학교, 마을 등 전국적으로 민주시민교육을 전부 없애고 민주시민교육 센터까지도 폐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번 계엄 사태는 '일상'과 '정치'가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바로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생각하는 MZ세대가 자신들이 애지중지하는 응원봉을 들고 평소엔 쳐다보지도 않는 정치의 본산인 국회로 헌법재판소로 매일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