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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유럽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을까
2024-12-26 19:58:55
소셜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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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관심이 미 대선 결과와 그 영향에 쏠려있는 사이 유럽에서도 조용하지만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연임에 성공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 12월 1일(이하 현지시각) 제2기 집행위원회 업무를 개시했다. 초미의 관심사인 트럼프 2기뿐만 아니라 유럽연합의 새로운 경제정책 방향에도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가 있다.

폰데어라이엔은 취임 연설에서 EU의 침체한 경제를 되살리고, 경쟁력을 강화하며, 투자를 활성화하고, 미국·중국과의 혁신 격차를 축소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여기서 밝힌 정책 우선순위는 'EU 경쟁력의 미래'라는 제목의 드라기 보고서 제안 내용을 대부분 반영하고 있다.

드라기 보고서는 EU 집행위원회가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지낸 경제학자 마리오 드라기에게 요청해 나온 것이다. 1년여의 작업 과정을 거쳐 지난 9월 9일 공개됐다. 대런 아세모글루, 올리비에 장 블랑샤르 등 유수의 경제학자들이 자문으로 참여했고, 유럽 싱크탱크, IMF를 비롯한 국제경제기구, 주요 기업들이 직·간접 참여했다는 점에서 집단지성의 결과물이라는 의미가 있다.

또한 보고서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유럽 집행위의 향후 5년 정책 로드맵이다. 집행위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준비되었을 뿐만 아니라, 집행위가 장기적인 청사진을 만들 경우 보고서 형식을 취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총 170여 개가 넘는 정책 제안 내용은 실행 가능성을 고려한 구체적인 정책과 조치들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는 유럽 경제 위기의 진단과 처방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유럽적 맥락에만 유효한 게 아니라 우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드라기 보고서는 중요한 함의를 가지고 있다. 보고서의 내용을 유럽 경제위기의 진단과 처방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보고서가 주는 함의를 새겨보고자 한다.

3대 블록 중 가장 취약한 EU의 신 산업전략


보고서는 총 400여 쪽의 방대한 분량이다. 총론의 성격을 갖는 A와 10대 산업 부문 및 수평적 정책 분야별 심층 분석과 제언을 담은 B,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급변하는 세계에서 유럽연합의 미래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긴박한 상황 인식이 보고서 전체에 깔려있다. 2020년 팬데믹, 2022년의 러-우 전쟁이라는 유럽 대륙 내 전쟁과 여기서 드러나는 유럽의 취약성 등 유럽이 실존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는 인식이다.

특히 미, 중 등 글로벌 블록과의 경쟁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높은 무역의존도, 높은 에너지 가격, 신기술에서 경쟁국과 격차 확대, 방위산업의 취약성 등으로 볼 때 세계 3대 블록 중 유럽은 가장 취약하고, 가장 대외 의존적이라고 본다.

본격적인 진단과 제언은 유럽 경쟁력의 미래를 위한 세 가지 핵심 분야와 투자 파이낸싱 및 산업전략의 거버넌스 등 수평적 정책 분야에 대한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세 가지 핵심 분야는 미·중 대비 혁신 격차의 축소, 탈탄소화와 경쟁력의 통합, 대외적 안보 증진과 의존 축소이다.

① 첨단 기술에서 미, 중 대비 혁신 격차 축소


1990년대 이후 유럽과 미국의 생산성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심각한 문제로 보고, 그 원인이 혁신 격차에 있다고 본다. EU 기업이 미국 기업에 비해 연구개발(R&D) 지출이 적은 이유가 정체되어 있는 산업구조에 있다고 본다. 즉, R&D 비중이 높은 신기술 분야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변화하지 않고 과거의 산업구조에 고착화된 '중간기술 함정'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산업구조 전환의 실패는 신기술 분야의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게 하는 '혁신 시스템'의 미작동에 근본 원인이 있다. 야심 있는 기업가는 많지만 이것을 산업적, 상업적 성공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스케일업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현상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것은 다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거대 통합 제품 시장, 자본시장을 갖춰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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