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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 펼쳐진 설경, 시라카와고 료칸에서 즐긴 특별한 식사
2025-01-31 15:51:43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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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카와고(白川郷) 갓쇼즈쿠리 마을의 어딘가에 서서 멍하니 눈을 바라봤다. '내린다'가 아니라 '쏟아진다'라는 말이 적합했다. 만약 차를 운전하고 있을 때 그토록 많은 눈이 내렸다면 전전긍긍했을 테지만, 이곳은 시라카와고였다. 장화를 구입하고 완전무장을 마친 상태에서 맞이하는 눈은 무척 낭만적이었다. 이대로 계속 바라봐도 좋을 듯했다. 눈사람이 돼도 좋다고 생각했다.

마을을 구석구석 신나게 누빈 후, 시라타와고 버스 터미널로 복귀했다. 뭐랄까, 현실로 돌아온 느낌이라고 할까. 넓지 않은 대합실에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그들 중 절반은 '눈에 질렸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떤 심정일지 짐작이 됐다. 이대로 젖은 몸을 버스에 태우고 몇 시간씩 이동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했다. 다행히 우리는 미리 예약해둔 숙소로 이동할 참이었다.


전통적인 일본식 온천 숙소인 '온야도 유이노쇼'에서는 오후 3시 5분부터 30분 간격으로 4회 셔틀 차량을 운영한다. 인원이 많아서 한 번에 이동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곧바로 다시 운행하는 융통성을 발휘하기도 한다. 본래 '온야도'는 고급 료칸을 의미했는데, 요즘에는 온천과 숙박을 함께 제공하는 전통적인 온천 숙소를 통칭한다. 물론 1박에 (식사 포함) 50만 원 이상이니 고급이라 해도 무방하리라.

(*어떤 글에서는 버스 터미널 안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셔틀 차량 기사님이 플래카드를 들고 들어와서 손님을 찾는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에는 폭설이라는 기후 상황이 영향을 미쳤는지 그런 신호는 없었다. 따라서 셔틀 시간이 되면 미리 밖으로 나가서 승합차를 찾는 걸 권한다. 위치는 버스들이 도착하는 쪽 인근이다.)

일본에 여러 차례 여행을 갔어도 온천은 즐겨본 적이 없고, 호텔만 이용했을 뿐 료칸에서 머문 적도 없어서 '온야도 유이노쇼'에 대한 기대가 컸다. 미지의 영역에 대한 호기심이라고 할까. 실제로 하루 묶어보니 특유의 정중함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또,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대형 료칸이라서 쾌적할 뿐더러 일본 전통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가방을 그대로 두시면 바퀴를 닦아서 앞쪽에 옮겨드릴게요. 손님께서는 신발장에 신발을 보관하신 후 번호를 부르면 체크인하시면 됩니다."

제법 긴 일본어에 고장난 기계마냥 머뭇거리자, 눈치빠른 직원이 "한국분이세요?"라고 말을 건넸다. 다행히 부산에서 온 한국인이었다. 그 분에게 짐을 맡긴 후 체크인을 위해 이동했다. 몇 가지 체크가 끝나면 식사 시간이 정해진다. 먼저 온 손님들이 앞 시간을 선점한 터라 저녁 8시 이후로 배정받았다. 낙심하던 차에 운 좋게도 한 서양인이 일정 변경을 요청해 5시 45분으로 바꿀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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