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크
오마이뉴스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사회적 상상력이다
2025-01-31 15:50:01
문진수
  •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
  • 카카오톡으로 공유하기
  • 트위터로 공유하기
  • url 보내기
외국의 지역화폐는 모두 망가졌다?

지역화폐 무용론을 주창하는 이들이 반대 논리의 근거로 제시하는 단골 메뉴가 이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러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해외에서 유통 중인 지역화폐의 절대다수는 작은 공동체(community)를 기반으로 작동되는 풀뿌리 화폐다. 우리나라처럼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큰 규모의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따라서 외국의 공동체 화폐와 우리나라의 지역사랑상품권을 단순히 비교하면 곤란하다. 이는 마치 사과와 배가 같은 과일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발행 목적과 유통 공간, 화폐 형태와 운영 주체 등 취지와 맥락을 살펴봐야 한다. 둘은 '엄연히' 다른 돈이다.

유럽의 크고 작은 공동체에서는 지금도 다양한 지역화폐가 유통되고 있다. 국내에 알려진 것보다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훨씬 많다. 유럽연합(EU)은 공동체 단위의 지역화폐 실험과 순환을 장려한다. 지역화폐가 보완 통화(complementary currency)로서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벨기에 헨트(Gent)시 라봇 지구에는 토레케스(Torekes)라는 지역화폐가 유통되고 있다. 2010년부터 발행된 이 돈은 시간 화폐(time money)다. 독거노인을 돌보거나, 어린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하면 누구든 받을 수 있다. 모든 노동의 가치는 같다고 보고, 1시간을 일하면 25토레케를 지급한다.

1토레케는 10유로센트의 가치를 지닌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시간 일한 대가로 약 3,700원을 받는 셈이다. 이 화폐를 들고 가맹점을 방문하면 유로화처럼 쓸 수 있다. 식료품점, 동네빵집, 약국, 배달음식점, 중고품 가게, 운동 강습소 등 이 화폐를 지지하는 상점과 가게들이 가맹점으로 가입되어 있다.


라봇 지역은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산다. 지역화폐가 유통되면서 마을이 깨끗해졌고, 참여자들이 늘면서 주민들 간 친밀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2016년에 모바일 거래를 할 수 있는 앱(app)이 개발되었고, 2023년부터는 헨트시가 사무국 업무를 이전받아 운영하는 체계로 바뀌었다. 시민들이 만든 지역화폐가 공공 영역의 정책 사업으로 전환된 것이다.

유통이 중단된 사례도 있다. 영국의 브리스톨파운드(Bristol pound)가 대표적이다. 2012년에 혜성처럼 등장해 영국 지역화폐 중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았던 이 화폐 사업이 중단된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지급 결제 방식의 후진성이고, 다른 하나는 팬데믹으로 인한 교류 단절이다.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간편결제가 보편화되면서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기 시작했다. 비접촉식(NFC) 은행카드와 애플페이는 불과 몇 초 만에 결제가 끝난다. 반면 브리스톨파운드는 문자를 주고받는(text to text) 방식이어서 결제가 이루어지려면 몇 분을 기다려야 했다.

전체 내용보기
주요뉴스
0포인트가 적립되었습니다.
로그인하시면
뉴스조회시 포인트를 얻을수 있습니다.
로그인하시겠습니까?
로그인하기 그냥볼래요
맨 위로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