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주인공 이름을 따서 지은 듯한 제목의 <영숙과 제이드>, 처음엔 아주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가 2024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기대되는 한국 여성 작가의 등장"으로 주목받은 장편소설이라는 수식어에 기대감이 상승됐다. 그리고 페이지를 넘길수록 예사롭지 않은 소설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우연히 집어 들어 빨려 들어가듯 한달음에 읽었다'는 조선일보 곽아람 기자의 추천사가 충분히 이해되었다. 나 역시 제이드와 영숙 사이에 숨겨진 비밀이 궁금해서 새벽까지 책을 덮지 못하고 하루 만에 다 읽어냈다.
소설의 초반에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민 2세 제이드의 시선을 중으로, 후반부에는 제이드와 영숙의 시선이 교차되면서 전개된다. 엄마의 죽음 이후 엄마의 옷장 깊숙이 숨겨져 있던 상자에서 엄마와 낯선 남자가 함께 찍은 사진을 발견한 제이드. 그 사진 속 남자를 찾게 되면 평생 이해할 수 없었던 엄마 비밀스럽고 어두운 삶의 실타래가 풀릴 거라고 생각한다. 제이드는 사진 뒷면에 적혀 있는, 그 남자가 사는 곳으로 추측되는 주소로 찾아가 보기로 한다.
이해할 수 없는 엄마의 삶
제이드는 평생 '엄마는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폭력적이고 알콜 중독에 외도를 일삼는 남편에게 화 한번 내지 않았던 엄마, 심지어 엄마를 버리고 떠났다가 병들어 다시 돌아온 아버지를 말없이 받아준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다. 엄마는 미국에서 40년 이상을 살면서 그 누구와도 친분을 쌓지 않았다. 보통의 이민자들은 한인 교회에서 만난 한국인들과 고향 이야기를 나누며 향수를 달래곤 하는데, 엄마는 한국인들에게 따뜻한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타인과 사이에 결코 넘어갈 수 없는 벽을 쳐 놓은 채 철저히 혼자로 지냈다. 엄마의 유일한 낙은 제이드에게 정성스러운 한국 음식을 만들어주는 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