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물은 흔히 상투적인 이야기를 뒤집는 경우가 많다. 범인인 줄 알았던 인물이 결백하다던가, 선한 줄 알았던 것이 악하다던가. 허나 현실의 정의는 역설적이게도 '모두가 알고 있는 진실'을 그대로 밀고 나가는 싸움에 가까운 듯하다. 우리가 뒤집어야 하는 것은 인물의 선악이 아니라 당연한 것을 말하지 않는 사회적 경직이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비상계엄 사태부터 1월 15일 이루어진 체포까지. 우리는 43일간 수면 위에 떠 있는 명백한 위법을 가만히 지켜봐야 했다. 난 그제야 알았다. 정의는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잡아채야 하는 것임을.
이 깨달음은 나를 10년 전 기억으로 되돌려놨다. 일본 법정 드라마 '리갈하이'를 처음 봤을 때로. 이 작품은 내가 유일하게 끝까지 본 법정 드라마다. 드라마는 매회 사회적 논란이 되는 사건들을 다루는데, 그 중심에는 두 변호사가 있다.
법의 허점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단 한 번도 패소한 적 없는 승소율 100%의 변호사 코미카도 켄스케는 의뢰인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의 밑에서 일하게 된 신참 변호사 마유즈미 마치코는 정의와 진실만을 추구하는 이상주의자다. 처음에 이 둘의 관계는 단순한 대립으로 보였다.